[북한경제 글로벌 포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넘어 '신뢰 프로그레스' 만들어가야"

입력 2013-06-05 17:12
수정 2013-06-06 00:45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원칙 고수 vs 유연성 필요
'개성공단 사태' 민간차원 대화 불가 vs 소통 기회로



“개성공단 사태를 통해 북한에 대해 도발과 위협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남북간 신뢰를 축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책은 원칙과 명분 외에도 성과가 필요하다. ‘신뢰프로세스’를 넘어 ‘신뢰 프로그레스(progress·진전)’가 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대북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현 방안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북한경제 글로벌포럼 2013’에서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가동되기 위해 아직은 북한이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인 만큼 확고한 원칙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가 신뢰 프로세스 가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대북정책 놓고 의견 팽팽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과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평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심 의원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진화하는 대북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은 북한의 도발에 보상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고 이명박정부는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걸면서 남북관계 경색과 북한 경제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을 증대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북핵불용, 대북제재 강화로 핵개발을 저지하면서도 신뢰 구축과 함께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협을 추진한다는 구상으로 지난 대북정책의 공은 취하고 새로운 요소를 가미한 진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출범 전부터 남북관계에서의 비현실적인 상호주의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적 협력 및 대남한 접근을 통해 남북이 ‘윈윈’하는 협력 기반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며 “원칙을 지킨다고 아무 일도 진행하지 않는게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원칙을 지킬 때 원칙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뢰프로세스 실현 위한 제언

참석자들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이어진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첫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신뢰프로세스 가동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정부의 최근 정책 흐름은 신뢰프로세스에 기대했던 유연성,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근 밝히는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은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할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박 원장은 “북한에 강력한 억지의 뜻을 밝히면서도 동시에 신뢰 구축을 통한 남북간 교류의 길을 열겠다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함께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신뢰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남북이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간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 ‘신뢰’가 대화의 전제인지 대화를 통해 달성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정책이 단기적으로 북한의 대남 태도 변화,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경제 도입, 북한 주민 인권의 개선 등 북한 체제 변화로 구분해 설정해야 한다”며 “신뢰프로세스 역시 신뢰를 만들어가는 프로세스와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는 프로세스 등 2단계로 나눠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 시대 국가전략으로 발표한 ‘경제·핵 건설 병진정책’(핵보유와 경제발전을 함께 추진한다는 정책)을 주목했다. 조 교수는 “북한이 경제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이 분명한 이상 남북 경협에도 커다란 유인이 있다”며 “정부가 북한의 ‘경제·핵 건설 병진정책’을 ‘경제·비핵안보 건설 병진정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창의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성공단 해법은

남북관계 최대 현안인 개성공단 사태의 해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잠정폐쇄 상태인 개성공단 사태는 향후 남북관계가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가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서호 통일부 개성공단지원단장은 “북한이 당국과 민간을 분리해 접근하려는 시도는 우리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선전공세”라며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신뢰 구축과는 거리가 먼 행보라는 게 서 단장의 평가다.

반면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이 적극적으로 만남의 기회를 만들라는 주문도 나왔다. 남북간 대화 자체가 어려운 상태일수록 다양한 형태의 소통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개성공단 상황을 놓고 남북이 지나치게 기싸움하는 모습은 신뢰프로세스의 진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방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등 다양한 기회와 명분을 활용하라”고 말했다.

조수영/정성택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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