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용률 70% 달성하려면 양성평등·창조경제에 더해
능력 따른 유연 고용·임금 필수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용률을 2017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한국 정부의 로드맵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이 2003년 이후 64%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고용률을 70%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다양한 경제ㆍ사회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 소득과 개인 소비의 증가는 기업의 투자 촉진과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고용 확대는 중요하다.
한국이 고용률을 70%로 올리려면 무엇보다도 양성평등 실현, 창조경제 구현, 근무방식의 변화,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의 감소, 보다 유연한 고용 및 급여시스템 마련 등이 중요하다.
이 가운데 남녀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뿐만 아니라 평등과 공정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고용 확대는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을 만들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회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근로시간이 긴 사회에서는 일과 가정 간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창조경제는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새로운 창업 기업이 생겨날 때 활성화될 수 있다. 지금의 대기업들을 탄생시켰던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중소기업 정책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취약한 서비스 분야도 개선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서비스 분야 평균 생산성은 제조업의 약 90% 수준에 달한다. 한국은 서비스 분야 생산성이 제조업의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서비스 시장 분야에서 진입장벽을 허물고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근로방식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고 유연한 근로시간 활용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촉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한국 근로자가 여가시간보다 금전적 이득을 더 선호한다. 기업도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보다 기존 근로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2011년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53.5%로 OECD 34개국 중 7번째로 낮다. 한국 여성들의 높은 교육 수준을 감안할 때, 낮은 여성 고용률은 귀중한 인적자본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제 일자리는 한국의 낮은 여성 고용률의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분류돼 불이익이 많고 시급도 낮다. 유연한 근로시간이 보장되면서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여성의 낮은 고용률은 많은 여성이 결혼 혹은 출산을 전후로 근로현장에서 퇴장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려면 적당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한 양질의 보육시설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고용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는 남녀 소득격차다. 2011년 한국 여성들의 소득은 남성들의 60% 수준이며, 이런 격차는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남녀 임금 차별을 줄이고, 근무 성과에 근거해 임금을 책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청년들은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지속적인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이런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을 개선하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전문성을 육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훈련 과정을 제공해, 대학교육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국에선 비교적 젊은 나이에 퇴직하게 되고, 이는 인적자본의 낭비로 이어진다.
퇴직연령이 낮다는 것은 임금과 근무기간 간의 연관성이 높아, 장기간 일한 고령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비싸다는 것을 반영한다. 장년층 근로자들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무기간이 아닌 능력에 근거한 유연한 고용 및 임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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