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크는 기업] LG, 기술 제휴로 장비 국산화 지원…계열사 거래 물량 中企에 개방

입력 2013-06-04 15:30

“더 성공하십시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4월 충남 천안에 있는 미래코리아를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TV용 틀(프레임)을 만드는 회사로 지난해 TV 테두리(베젤) 폭이 1㎜에 불과한 초슬림 제품을 생산하면서 LG전자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구 회장은 이날 LG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오른손 검지로 내부 사출면을 꼼꼼히 점검한 뒤 한동권 미래코리아 대표에게 얇고 매끈하게 잘 만들어줘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구 회장 일행은 LG전자에서 설비 자금을 지원받아 휴대폰 케이스 사출과 반제품 조립을 한꺼번에 하게 된 우성엠엔피도 방문했다. LG 관계자는 “두 회사는 LG와 동반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킨 대표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사와 성장동력 발굴

LG는 협력사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도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는 구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LG 측은 설명했다.

구 회장은 그동안 “협력회사와 갑을 관계는 없다”며 “협력사가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LG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주문해 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협력사는 성장의 동반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사회를 돌아보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적극 동참하자”고 독려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런 지침을 실천하기 위해 협력사와 기술을 제휴해 공동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기판 유리를 절단하는 공구(GCS)를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분야는 일본 기업들이 독점해온 것으로 국산화가 시급했다. LG디스플레이는 우수 협력사 모임인 ‘베스트 클럽’에 속해 있는 탑엔지니어링과 함께 힘을 모았다. 두 회사는 공동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고 마침내 지난해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내부 거래도 중소기업에 개방

LG는 계열사 간에 거래해온 물량도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했다. 연간 4000억원 규모를 외부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한 것. 그동안 시스템통합(SI)과 광고, 건설 등 3개 분야에서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계열사 간 거래를 경쟁 입찰로 전환하거나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는 식이다.

그룹 내 SI사업을 담당하는 LG CNS는 지난해 3조2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1조원가량을 계열사 간 거래에서 냈다. 올해는 LG CNS가 수주할 사업 가운데 약 20~30% 수준인 2300억원 규모 거래를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광고(HS애드)와 건설(서브원)에선 각각 1000억원, 700억원 상당의 거래를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문호를 연다.

LG전자는 지난해 약 20억원 규모의 스마트 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인 ‘LG 스마트 월드’의 운영 서비스를 중소업체인 네오사이언에 맡겼다.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그룹 내부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LG화학은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 협력사에 대해 LG상생펀드 및 LG패밀리론 등을 통해 매년 500억원 이상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대금 지급조건을 꾸준히 개선해 100% 현금으로 결제하고 지급기한도 기존 60일에서 7일 이내로 대폭 줄였다.

◆사회적기업 육성

LG전자는 협력회사의 신사업 발굴 및 추진을 돕기 위해 ‘그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등에 80억원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LG전자는 협력사 직원 교육을 목적으로 ‘LG전자 동반성장 아카데미’도 개설했다. 2011년엔 500여개, 지난해에는 600여개 협력사를 각각 교육했다.

LG CNS는 2007년 업계 최초로 고용노동부의 ‘중견인력 활용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협력회사에 고급 인력을 제공하고 임금의 40%를 1년간 지원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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