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신용평가사의 ‘웅진 트라우마’

입력 2013-06-03 17:14
STX팬오션 신용등급 일제히 '투기'로 낮춰
"급작스런 법정관리 신청 겁낸듯"


이 기사는 05월31일(09:5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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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이 ‘경영권 매각을 통한 정상화’와 ‘디폴트’ 기로에서 서 있는 STX팬오션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하지만 특별한 신용사건에 근거하지 않은 조정이어서 지난해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충격이 크게 작용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일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30일 STX팬오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0’와 ‘BBB-’에서 똑같이 ‘BB+’로 조정했다. 각각 두 단계와 한 단계 떨어뜨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전날 ‘BBB-’에서 ‘BB+’로 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공통점은 모두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BB+’ 이하를 뜻하는 투기등급 기업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가 사실상 막혀버린다. 때문에 신평사들은 투자등급 기업의 투기등급 강등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편이다.

등급 하향의 주요 근거로는 한국산업은행이 경영권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실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인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매각 관련 불확실성도 크다”며 “정기평가 과정에서 기존의 투자등급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그러나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등급 조정 근거에 설득력이 없어보인다”며 “불과 한두 달 전에 등급을 내릴 때와 최근 사이에 객관적 근거로 삼을 만한 변화가 뭐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난해 9월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사태 때와 같은 등급신뢰도 추락이 재현되는 것을 우려해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당시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은 ‘A-’에서 ‘D’로 급전직하했고, 이를 예견하지 못한 신평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투자등급 채권의 지급불능 등급(디폴트) 추락은 신평사들의 평가이력(rating performance)에도 치명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회사채 운용역은 “언론에서 법정관리 신청이나 채무재조정도 가능하다는 둥 다소 센 단어들이 나오다보니 신평사들도 많이 겁이 났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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