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폭스, 모질라 주도…폭스콘·LG전자·퀄컴 등 19개 기업 연합
타이젠, 삼성 주도…인텔·NTT도코모·보다폰 등 결집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한때 심비안과 블랙베리가 시장을 휩쓰는가 싶더니 아이폰(iOS)이 등장해 시장을 평정했고, 이어 안드로이드가 나타나 왕좌를 차지했다. 지금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타이젠과 파이어폭스 OS가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이들이 훗날 왕좌에 오를지, 지역 영주에 머무를지 판단하기엔 이르다.
모바일 OS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탑재하는 운영 프로그램을 말한다. PC로 치면 윈도와 같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하나로 20년 이상 PC 시대를 호령했다. 모바일에서도 이런 식으로 주도권을 잡으려 했으나 후속 윈도폰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다. 이제는 개방형(오픈소스) OS인 타이젠과 파이어폭스가 주목받고 있다.
파이어폭스폰 출시 임박…폭스콘 가세
모질라가 주도하는 파이어폭스 진영은 최근 거물 장수를 영입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이다. 이로써 파이어폭스 진영에 참여한 기업은 19개로 늘어났다. 폭스콘은 파이어폭스폰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파트너 기업들에서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폭스콘 진영으로서는 든든한 생산공장을 확보한 셈이다. 폭스콘 진영 제조사로는 LG전자, 화웨이, ZTE, 알카텔 등이 있다.
모질라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파이어폭스폰 2종을 공개했다. ZTE의 ‘오픈’과 알카텔의 ‘원터치파이어’다. LG전자는 올해 중반께 브라질 콜롬비아 스페인 베네수엘라에서 파이어폭스폰을 내고, 하반기나 내년에는 헝가리 멕시코 폴란드 몬테니그로 등으로 지역을 확대한다. 화웨이는 이르면 이달 중, ZTE는 올해 중반께 스페인 등지에서 파이어폭스폰을 내놓는다.
타이젠 진영도 준비 완료
타이젠 진영도 타이젠폰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타이젠연합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타이젠 앱스토어’를 시연했고 여름이 끝날 무렵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개발사는 다른 플랫폼용으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타이젠에서 돌릴 수 있게 변환했다. 타이젠연합은 앱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이달 중 ‘타이젠 앱 챌린지’라는 대회도 연다.
타이젠폰은 파이어폭스폰과 마찬가지로 올 하반기에 나온다. 최종덕 삼성전자 부사장 겸 타이젠 공동의장은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타이젠 기반 제품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일본 NTT도코모는 올 하반기 중, 프랑스 오렌지는 여름이 끝날 무렵인 신학기 초에 타이젠폰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상용 타이젠폰에는 타이젠 2.1 버전이 들어가고 현재 준비 중인 타이젠 3.0은 내년에 출시될 단말기에 탑재된다.
타이젠 진영과 파이어폭스 진영은 비슷한 규모의 세를 결집했다. 타이젠 진영에는 삼성전자, 인텔 외에 NTT도코모, NEC, 파나소닉, 후지쓰, KT, SK텔레콤, 화웨이, 스프린트, 보다폰 등이 참여했다. 파이어폭스 진영에는 주도자인 모질라 외에 LG전자, ZTE, 알카텔, 퀄컴 등 제조사와 KDDI, 스프린트, T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싱텔 등 통신사들이 참여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은 고도화 관심
안드로이드 진영은 겉으로는 잘 나가지만 분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판이다. 제1 장수인 삼성은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이 자회사인 모토로라를 우대한다거나 안드로이드를 폐쇄적으로 운영할 위험성에 대비해 타이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로서는 제1 장수가 변심할까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구글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가 삼성을 방문한 것도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고도화하기 위해 올해 초 크롬 부문 책임자인 순다 피차이 부사장에게 안드로이드 부문까지 맡게 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와 크롬의 결합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돈다. 애플 역시 디자인 책임자인 조니 아이브 부사장에게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맡겨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는 10일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공개될 iOS 새 버전은 디자인만큼은 많이 달라질 게 확실하다.
애플로서는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에서도 안드로이드 진영의 추격을 받고 있어 iOS 기능 고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음성 개인비서 시리는 구글나우에 밀린다는 혹평을 듣고 있고 지난해 구글지도 대신 내놓은 애플지도는 엉터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코너로 몰린 윈도폰 진영
가장 답답한 상황에 처한 곳은 윈도폰 진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폰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보다 좋다는 광고를 끊임없이 내보내지만 점유율은 2% 안팎에 불과하다. 윈도폰 진영은 삼성이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넘어가 사실상 노키아 혼자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타이젠폰과 파이어폭스폰까지 나오면 제3의 OS 자리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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