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한국에 '파퓰러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 게임의 원제는 'POPULOUS'다. 1980년대 말에 등장하여 다소 특이했던 게임 진행 방식으로 게임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게임이다. 본 게임의 개발사도 이제 막 만들어졌는지 이름도 낯설고 게임 방식도 괴이하고 뭔가 정이 안 가는 게임이었다. 특히 그 당시 게임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이 슈팅, 아케이드, 액션 게임 등이 게임의 전부인 세상에 홀연히 등장한 이상한 게임이었다.</p> <p>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러니까, 도대체 뭘 쏴야 한다는 거지?(발사 버튼이 어디 있는 거야?)'</p> <p>아니, 하다못해 뭘 때리기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 이건 너무 평화롭고 진중한 분위기에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 위에 올망졸망 작은 캐릭터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마치 소인국에 처음 온 거인의 느낌으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는 적막함에 내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꼬물꼬물 올망졸망 움찔움찔 하는 그 조그만 놈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같은 감정으로 내 뱉는 탄식.. '아 진짜 저 놈 한대 쳐봤으면 좋겠네.. (발사 버튼 뭐지?) '</p> <p>지금까지의 게임들이 그 조그만 놈들이 다른 놈들을 쳐부수고 때리든지, 아니면 반대로 그 조그만 놈을 때려서 없애든가 하는 방식의 슈팅, 액션 게임들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게임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느껴졌을 때의 답답함이란...</p> <p>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게임에 대해 정보를 입수하여 진행방식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지는 장소(우리는 그곳을 '학교'라 불렀다)에 도착하여 정보를 얻은 이후, 이 게임의 재미를 느끼고 본질적인 무서움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p> <p>어느 순간 금세 익숙해져서 매일같이 밤을 새는 날이 이어지게 되었다. 기존의 게임들이 다소 미화된 폭력성에 기인한 파괴적 재미가 있었다면 이 게임은 반대로 창조하고 지켜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게임이었다. 또한, 게임에 빠져들수록 인간 본성에 기인한 본격적인 악의 근원에 도달했을 때의 인간의 파괴적 본능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무서운 게임이기도 했다.
이 게임에서 진행자(유저)는 신(神)적인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통칭 이런 류의 게임들을 일컬어 갓 게임(God Ga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게임의 개발자였던 피터 몰리뉴는 갓 게임의 선두주자이며 대부로서 그가 만드는 게임들의 대다수는 이런 갓 게임이 많다. 많은 게임 유저들이 명작으로 꼽고 있는 게임들 중에 피터 몰리뉴의 게임들의 특성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p> <p>
피터 몰리뉴 갓 게임의 대부 : 피터 몰리뉴
보통 3대 게임 크리에이터를 칭할 때 꼭 등장하는 아저씨 – 피터 몰리뉴 되겠다. 피터 아저씨는 이른바 '갓 게임'의 대부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만든 게임을 하나라도 해본 분이라면 아~ 하고 절로 이해가 갈 것이다.</p> <p>-갓 게임 : 유저 스스로가 신(神)적인 존재로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
파퓰러스를 시작으로 '블랙 앤 화이트' 등의 게임을 해보면 유저는 신적인 존재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물론 '던전키퍼'나 '페이블'과 같은 명작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p> <p>게임 개발 과정에서의 피터 아저씨의 입 방정 때문에 혹자에게는 '희대의 사기꾼' 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으나, 사실 그는 게임 산업계에서 거의 최초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와 함께 '영국 제국 훈장'을 수여 받게 된다.</p> <p>그 당시 게임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영국을 게임산업으로 일으켜 세운 공로를 치하 받은 것은 물론 작위까지 받았으니 명실상부 게임계의 귀족인 셈이다. 그래서 몇 몇 기사에서는 그를 '피터몰리뉴 경'이라 칭하기도 한다.</p> <p>-세계 3대 게임 크리에이터
세계적인 3대 게임 크리에이터로 리처드 게리엇(울티마), 시드 마이어(문명), 피터 몰리뉴가 꼽히고 있다. 언젠가는 꼭 한국 게임 개발자도 세계적인 게임 크리에이터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p> <p>피터 아저씨는 처음부터 순탄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초기 프로젝트 실패) 파퓰러스 게임을 선보인 이후 비교적 순탄한 게임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물론, 피터 아저씨도 중간중간마다 위기는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럭저럭 잘 풀려간 인생이었다.</p> <p>초기에 회사 이름 오해로 인한 계약 사건은 한때 세간에 떠도는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했다. 어찌됐든 피터 아저씨 인생이 꽃피는 시작점이 파퓰러스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피터 아저씨 자신에게도 꽤나 소중한 게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p> <p>아직은 냉전의 어색함이 흐르던 세계정세..</p> <p>파퓰러스 게임이 한창 인기를 끌 무렵에는 아직 미-소 양 진영간에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시기였고 좀 어려운 말로 냉전시대(Cold War)라고 부르던 그 시기에 서양문물인 자유진영 국가에서 만든 게임을 고르바초프(구 소련)도 즐겼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게임이다.</p> <p>요즘에는 '소련'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하게 들리기도 할 만큼 이제는 좀 오래 된 단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소련이라고 하면 좀 무시무시하고 덤비면 안 될 것 같고, 왠지 미국하고 거의 맞먹는 존재라는 느낌이 있었는데..</p> <p>미확인 정보에 의하면 고르바초프는 그 당시 이 게임을 즐기느라 국가 업무 회의에도 늦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실상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게임 내 등장하는 국민들이 잘 살게 해주기 위해 힘을 써야 하는 신(神)적인 입장에서 진행하는 게임이다 보니 국민이 잘 살기를 바라고 국가가 잘 살기를 바라는 통치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도 가는 부분이다.</p> <p>단순한 가십거리에 불과할 수 있는 얘기를 꺼낸 이유는 게임이 갖는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 말해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게임만이 꼭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피터 아저씨는 지금까지 개발 한 게임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그의 게임에는 거의 크리처라 부르는 생명체들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고 때로는 동물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환경과 조건에 맞춰 알아서 살아가는 생명체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 피터 아저씨 게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p> <p>이데올로기(정치 이념)마저 극복한 사례로 게임의 예를 들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게임이란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의 영향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게임 개발자들도 공감하고 이해했으면 한다.</p> <p>새로운 놈이 나타났다!</p> <p>파퓰러스가 등장하기 이전의 게임들은 대부분 쏘고 부시는 슈팅, 아케이드 게임 일색이었다. 물론 무언가 진지한 고찰을 필요로 하는 게임들도 있었지만, 큰 파급효과를 미친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고, 파퓰러스 이후 PC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 대해 보다 더 깊은 고찰과 고민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당시 PC기반의 게임들은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으로 할 수 없었고,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주기에도 빈약한 실정이었다. PC를 활용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분야는 바로 '시뮬레이션(CPU의 연산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p> <p>지금의 게임들이 비주얼한 요소에 치중하는 느낌을 주는 반면, 당시에 게임들은 열악한 비주얼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게임 그 자체(콘텐츠 기획)에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고, 그래서 아직도 명작 게임을 꼽는다고 하면 고전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파퓰러스 게임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내가 정말 이 세계에서 무언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이 바로 바로 실제 눈으로 보여지니까,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몰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고르바초프 아저씨도 열심히 했겠지..)</p> <p>
인간 심리의 근원: 성선설? 성악설? 그 본질에 대해 묻다</p> <p>게임 진행자(유저)는 신(神)적인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고 앞서 얘기했듯이 이 게임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유저는 거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다. 즉, 화면에 보이는 조그만 생명체(인간 비슷한 것이라고 추정 됨.)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 지형을 깎아내기도 하고 들어올리기도 하는 등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택지지구 조성을 빙자한 자연재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p> <p>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사라지는 조그만 생명체를 보게 되면 처음에는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가도 어느 순간 악의 속삭임에 영혼을 팔게 되면, 파괴적 본능이 일어나 마구마구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있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단지, 게임이기 때문에 이번 판은 어차피 망쳤어. 다음 판에 잘하면 되지. 하는 변경이 통할 것인가? 과연 인간 심리의 밑바탕은 성선설인가 성악설인가 태어날 때부터 속성을 부여 받는 것인가? 자라오면서 환경에 지배 받는 나약한 존재인가? 많은 고찰을 하게 만드는 꽤나 철학적인 게임이기도 한다.</p> <p>(물론 본 필자만이 너무 거창하게 의미를 확대 해석 했는지도 모른다.)
잘 살아보세~ 본격 출산 장려 게임</p> <p>최근 '저 출산'이 사회적 문제라며 국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뉴스, 신문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된다.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저하되고 중국 또한 인구제한 정책으로 귀하게 자란 1인 자녀 때문에 예전과 같지 않은 자녀교육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의 저 출산 시대가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 하나는 우습게도 예전에 우리나라(한국)는 인구 제한 정책을 펼친 적이 있다. 너무나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에 불어가는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국가에서는 '무턱대고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로 시작해서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에서 더 나아가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포스터가 붙기도 했다.</p> <p>농경사회에서 귀한 일꾼이었던 남자(아들)를 낳기 위해 첫째가 딸이면 둘째를 낳고 둘째도 딸이면 온갖 눈총을 받아가며 셋째를 기대하고 셋째마저 딸이면 넷째는 반드시 아들을 낳는다!는 신념으로 다시 넷째를 출산하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4남대 5남매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변에 지인 중에는 6남매도 많이 있는 것을 보면 거의 대부분 첫째, 둘째, 셋째 누나들이 있고 막내 아들이거나 그래도 뭔가 좀 아쉬웠는데 다섯째 딸을 낳은 경우도 많았다.</p> <p>지금이야 양성평등 시대를 부르짖고 성차별적인 부분에 개선 할 수 있는 내용도 많이 고민되고 있는 시절이 되었지만,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늘어나는 인구가 고민이었던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본 게임은 가능하면 인구를 늘려가며 국민들이 사고-사건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게임으로 지금의 저 출산 시대에 맞는 본격 인구 확대 장려 정책을 지원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p> <p>
인구가 빨리 불어야 할 텐테... 명작 고전 게임들의 조건</p> <p>요즘에는 오래 된 고전게임 중에 새롭게 리뉴얼 되어 다른 기종으로 다시 출시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휴대용 게임기나, 모바일 기기로 새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많은 게임들이 20~30년 전에 유행했던 고전 게임을 모티브로 했거나 아니면 해당 고전 게임을 그대로 옮겨온 경우도 보게 된다.</p> <p>그만큼의 입증된 인기를 등에 업고 안정된 수익을 꾀하고자 하는 면에서는 개발자-사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독창성을 추구하고 새로운 재미를 발굴해 내야 하는 부분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p> <p>하지만, 그래도 고전 명작 게임은 다시 해도 재미있다는 진리는 명백한 사실이다. 파퓰러스 게임 역시 이러한 대세에 흐름을 따라 NDS용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당연히 PC외 다른 기종으로도 많이 출시 되었다(처음 출시했을 때도 PC및 아미가, 패미컴 등의 다양한 기종으로 출시되었다).</p> <p>
[필자의 잡소리]
최근 게임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멀티플랫폼(또는 크로스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지만, 본 게임이 첫 출시됐을 때만 해도 그런 개념이나 용어는 사실 그렇게까지 널리 쓰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포팅' 또는 '이식' 아니면 '컨버팅' 등의 용어가 쓰였던 것 같다.</p> <p>원래 처음 출시한 기종에서 다른 기종(플랫폼)으로 이식하면서 처음 것보다 훨씬 나아지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초월이식' 등의 용어로 광고문구에 등장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PC판 게임을 SFC(슈퍼패미콤)용으로 이식(컨버팅)했는데, 원판인 PC보다 퀄리티가 훨씬 나아졌을 경우를 '초월이식'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p> <p>'초월이식'이라는 용어의 역사는 꽤나 오래 된 것이고 그 당시에는 여러 기종을 동시에 발매(출시)하는 게임보다는 한 플랫폼에서 어느 정도 판매도 혹은 인기를 가늠한 뒤에 다른 기종으로 이식하는 경우가 많았다.</p> <p>하지만, 최근의 게임들은 거의 동시에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간혹 특정 업체간의 라이선스 문제로 인해 특정 플랫폼에서만 발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양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전혀 신기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PC부터 콘솔, 그리고 모바일 기종까지 모두 온라인에 연결되어 게임이 진행되는 것도 가능한 세상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p> <p>
큐씨보이는?
'게임별곡'을 집필하는 한 큐씨보이는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30년째 개발자다. 스스로 '감히' 최근 30년 안에 게임들은 웬만한 게임을 다 해보았다고 자부하는 열혈 게임마니아다.</p> <p>그는 직장인 개발자 생활 12년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도에 은신 거주 중이다. 취미로 몰래 게임 개발을 한다.하루 중 반은 게임을 하며, 반은 콜라를 마시는데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콜라 경력도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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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톡 새연재] 30년 마니아 神의 한 수 '게임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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