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후난성 헝산·랑산, 장자의 나비처럼 우아하게 구름 위를 거닐다

입력 2013-06-02 17:08
수정 2013-06-03 00:57
후난성 헝산

헝산 정상에 펼쳐진 하얀 운무 동서남북 70여개 봉우리 '장관'…도교성지 순례하는 느낌 들어
자연기둥·협곡·폭포 펼쳐진 랑산…돌산의 변화무쌍함에 감탄사 연발 후난성 헝산



중국 남쪽 내륙에 위치한 후난성은 동·서·남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은 평원으로 열린 U자형의 분지 모양이다. 안쪽으로는 하천들이 흐르며 평야이거나 높고 낮은 구릉지로 채워져 있다. 전체 면적의 22%가 산림으로, 높지는 않아도 다양한 지질과 지형의 산들이 있는데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진
풍경이라고 한다. 창사(長沙)에서 차량으로 2시간 정도 달려 헝양(衡陽)시로 이동했다. 내륙 구릉지대 산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오악(五岳) 중 남악인 헝산(衡山)에 오르기 위해서다. 오악 이란 중국의 천년 수도였던 뤄양(洛陽)을 기준으로 다섯 방향에 있는 신령스러운 산들을 말하는데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묘(廟)가 오악에 있다.

헝산 입구에는 남악대묘가 있다. 당나라 시기에 세워졌는데 수차례의 보수와 증축 공사를 거쳐 그 규모가 부단히 확장된 남방 최대의 묘다. 베이징 쯔진청(紫禁城)처럼 9개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일곱 번째인 성디뎬(聖帝殿)이 으뜸이다. 전각 안에는 헝산의 72개 봉우리를 상징하는 72개의 돌기둥이 있다. 건물 높이가 31m로 나머지 건물들은 이보다 높을 수 없다. 화신(火神)으로 불리는 주롱(祝融)씨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유·불·도의 세 종교가 공존하며 같은 수(8개)의 불교사원과 도관을 지어 불·도가 대등하다고는 하나 결국 도교의 신이 지배하고 있었다.

○헝산, 아름다움을 숨기다

헝산의 삼림률은 91%가 넘는다. 길과 사찰만 빼고는 푸르디 푸른 나무로 덮여 있다. 즈보펑(擲鉢峰) 동쪽 자락에 있는 푸옌쓰(福嚴寺)는 헝산의 48개 사찰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1400년 넘는 은행나무가 세 그루나 있어서 장수를 큰 복으로 여기는 중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천태종 계열 사찰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스님도 많이 다녀갔다고 한다. 보통 사찰의 일주문을 지나면 대웅전과 함께 미륵전이 있는데 이곳 미륵전은 미륵불 대신 화신을 모시고 있다. 이곳에 절을 짓도록 허락해준 고마움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스님 한 분이 설명해준다.

푸옌쓰에서 2㎞ 떨어진 곳에는 당나라 선승인 마조도일의 일화가 전해지는 모징타이(磨鏡臺)가 있다. 젊은 시절 도일은 좌선만 하면 부처가 될 줄 알았다. 그런 도일에게 회양선사가 물었다. “좌선은 무엇하려고 하는가?”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 그러자 회양선사는 기왓장을 하나 주워 와 숫돌에 갈기 시작했다. 기와를 갈아서 무엇하려느냐고 묻자 회양선사는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도일이 깔깔 웃으며 “기왓장을 간다고 거울이 되겠습니까”라고 하자 회양선사는 “범부가 좌선만 한다고 부처가 되겠느냐”고 일갈했다고 한다.

이곳은 장제스(蔣介石)의 별장이 있을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고 아늑하다. 그는 더위를 피하는 동시에 참모들과 일본군에 대항해 싸우기 위한 작전을 짜기 위해 이곳에서 지냈다고 한다. 모징타이 한쪽에는 옷장으로 위장된 방공호 대피구가 있어 당시의 긴박감이 느껴진다. 여기서 멀지 않은 샹루펑(香峯) 아래에는 장제스가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고 전사한 장병들을 기리며 지었다는 충렬사가 있다.

헝산에는 등산로와 함께 버스가 다닐 만한 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최고봉인 해발 1300m의 주롱펑(祝融峰)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케이블카 매표소까지 차량으로 이동해 케이블카를 탄 후 난톈먼(南天門)부터 걸으면 된다. 50명이 탈 수 있는 케이블카는 급경사로 빠르게 움직였다. 내려다보니 수림이 빼곡한 헝산의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웅장한 산세는 700리나 뻗어있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면 멀리 북쪽으로 보일 듯 말듯한 둥팅호(洞庭湖)와 가까이 동서남쪽으로 70여개의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난톈먼에 도착했지만 갈수록 안개인지 구름인지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고 정상에 다다라서는 하얀 운무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을 뿐 장대한 경관은 모두 운무 속에 숨어버렸다. 산꼭대기에도 화신을 모신 사당이 있는데 돌계단 앞에 다가가서야 건물의 실루엣이 보였다. 한 계단씩 올라갈수록 디테일이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것을 보며 등산객이 아니라 도교 성지를 순례하는 신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랑산(山), 녹색 머리카락 휘날리며 고개를 들다

헝양시에서 차량으로 3시간 반가량 가면 사오양(邵陽)시 신닝(新寧)현에 도착한다. 단하(丹霞)지형으로 유명한 랑산을 보기 위해서다. ‘단하’란 수억년에 걸친 융기와 풍화·침식 등 지각작용으로 생성된 붉은색 퇴적층 위에 발달된 경관을 말한다. 구이저우성으로부터 동쪽으로 후난성, 장시성, 저장성까지 약 1700㎞를 초승달 모양의 띠를 이루며 분포돼 있는데 그 지구과학적인 가치로 인해 랑산을 포함한 6곳이 201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자연 기둥과 협곡, 계곡과 폭포가 쉬지 않고 펼쳐져 있으나 험난한 지형으로 인해 등산로를 만들어 놓아야만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주로 봉우리를 감아 도는 돌길과 험한 길을 피해 오르는 돌계단으로 만든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무렵부터 대대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등산로는 지금도 건설 중이다. 이제 막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한 셈이다. 다음에 오면 또 다른 등산로가 손님을 맞이할 것이다.

랑산은 총 8개의 주요 풍경구로 이뤄져 있는데, 처음 도전은 그다지 높지 않은 뤄타펑(駱駝峰)풍경구로 택했다. 오르다 보면 낙타의 혹처럼 생긴 뤄타펑과 촛대 모양의 라주펑(蠟燭峰) 등을 가깝게 볼 수 있다. 거대한 고추를 세워놓은 모양의 라쟈오펑(辣椒峰)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위태롭게 서있기 때문인데 매운 맛을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의 입맛을 상징하는 듯하다. 후난성 사람들의 1인당 연간 고추 소비량은 10㎏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생산량도 많다. 이 지역에서도 고추농사를 많이 짓는데 한국의 청양고추가 있을 정도로 많은 품종을 재배한다고 한다.

돌산의 변화무쌍한 길과 난간이 있어도 아찔한 돌길을 걷다 보니 지루할 틈 없이 정상에 도달했다. 봉우리는 윗부분만 나무로 덮여있는 것들이 많다. 마치 붉은 피부에 녹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을 가진 얼굴들처럼 보인다.

가장 높고 유명한 풍경구는 바자오자이(八角寨)이다. 주봉인 바자오자이펑(818m)은 높은 만큼 돌계단이 길어 힘들지만 한 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주말이어서 많은 등산객이 있었는데 대부분 중국인이다.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긴 다른 성에서 왔다면 그들도 해외여행을 온 것이나 다름없고 못 보던 풍경을 보는 것일 터. 중간마다 음료며 먹을 것을 파는 노점상들이 있어 쉬어갈 수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에 오르자 더욱 많은 봉우리들이 고개를 들어보인다.

○구이린(桂林), 떠나는 자를 배웅하다

랑산은 후난성의 남쪽 경계, 광시장족자치구와 맞닿은 곳에 있다. 그래서 산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구이린과 가깝다. 이곳도 오랜 세월 동안 엄청난 지각작용을 거쳤을 터. 단하와 이곳의 카르스트 지형은 뿌리는 같지만 풍광은 확연히 다르다. 아침 일찍 탑카르스트의 전형이라는 두슈펑(獨秀峰)에 올랐다. 높지는 않지만 우뚝 솟아나 가파르며 정상에서 시내 전경을 관망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곡선의 여성스러운 산들은 높고 낮은 아파트와 갖가지 모양의 빌딩들을 품어주며 세 겹, 네 겹 펼쳐지고 있었다. 리장(江)의 강바람이 시원한 샹산공원(象山公園)에서 볼 수 있는 코끼리 모양의 거대한 바위도 좋은 볼거리다.

옛날 구이린은 산속 좁은 계단식 논에 의지한 가난한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관광도시로 변모해 물자가 집결되고 대형 백화점과 호텔, 유명 패스트푸드점 등이 들어서 있다. 중심 광장에서 이어진 거리에는 먹자골목과 야시장도 있다. 쇼핑도 하고 사람이 북적이는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 잔에 여행의 피로를 달래다 보니 어느덧 여행의 끝이다.

문득 카페 위로 나비가 날아간다. 도교의 정수가 깃든 곳을 다녀와서인지 저 나비가 나인지 혹은 내가 나비인지 모를 지경이다. 나비는 점을 그리면 시야에서 사라졌고 헝산의 기억을 꼭 붙든 채 나비의 날개를 타고 귀국길을 서둘렀다.

후난성(중국)=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담백한 요리 샹차이
한국인 입맛에 딱

○여행팁

후난성의 면적은 남한의 2배, 인구는 7000만명 정도. 유동인구가 많아졌지만 옮길 수 없는 호적제도 탓에 정확한 통계를 알 수는 없지만 중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한족과 함께 토가족, 묘족 등 여러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중국남방항공(1588-9503)은 인천~창사 구간 직항을 주 2회(수·일)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3시간. 창사에서 헝산까지는 차량으로 2시간 걸린다. 고속철도(CRH)를 타면 30분 걸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헝산에 오르는 요금은 70위안이며 입장료 100위안을 따로 받는다. 중국은 풍경구마다 70~100위안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다.

랑산은 창사에서 360㎞, 구이린에서 180㎞ 떨어져 있다. 이 지역의 음식을 샹차이(湘菜)라고 부른다. 남북으로 흐르는 샹장(湘江) 유역의 음식이라는 뜻이다. 샹차이는 매워서 우리 입맛에도 맞는다. 샹장에서 나는 민물생선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불경과 연관시킨 음식이름이 특이해서 먹어보니 볶은 고기와 튀긴 생선 등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알고 보니 채식당이다. 산채와 버섯 등 식물성 재료만으로 샹차이와 같은 모양과 맛을 낸 것이다. 신령스러운 산에 오르기 전에 먹는 음식으로 제격이다. 중국 국가여유국 서울지국(visitchina.or.kr) (02)773-0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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