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100% 인수에서 51% 인수로 선회…동양생명 대주주 적격성 심사 불확실성
경쟁사 인수 제안 보고 전략 수립…ING그룹 "한화 못믿겠다" 불신 키워
이 기사는 05월30일(06: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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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ING생명 본입찰을 연기한 것을 두고 IB업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ING생명 인수·합병(M&A)을 위한 ‘기발한 묘수’라는 평가와 신의 성실을 소홀히 한 대가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ING생명 매각 본입찰에서 교보생명 동양생명 MBK파트너스는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반면 한화생명은 입찰을 일주일 가량 연기했다. 이달말 이사회에 인수 전략을 보고한 후 입찰에 응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ING그룹과 매각 주관사들은 한화측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처음엔 24일까지 입찰 제안서를 낼 것처럼 한화측이 이야기했기때문이다. 특히 경쟁사들의 불만이 크다. 한화생명이 경쟁사 인수 가격과 조건을 따져본 후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쟁사들의 인수 전략과 조건들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 매각 관계자는 “MBK는 당초 100% 지분을 사겠다는 전략에서 50%+1주 인수 전략으로 선회했다”며 “대신 자금조달 증빙이 확실하고 빠른 시간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동양생명은 가격과 매입 지분(100%)규모 면에서 MBK에 앞서지만 ‘충분한 출자능력과 건전한 재무상태를 갖춰야 한다’는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은 인수 가격이 다른 경쟁사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으로서는 이런 정보들을 종합한 후 M&A 전략 전술을 다시 세울 수 있다. 당초 입찰 목적이 교보생명 견제용이었다면 무리하게 인수 가격을 제안할 필요가 없다. MBK가 51% 지분 인수 제안을 했다면 가격을 좀 더 낮추는 대신 지분 인수 규모를 100%로 올리는 방식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이 몸값을 올려받기 위해 역정보를 흘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IB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이 제시하는 인수 기준 가격은 3조7000억원인데 인수 후보자들은 2조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며 “파는 쪽과 사는 쪽간 가격차가 크다”고 전했다.
한화생명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이사회때문에 입찰이 연기됐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입찰 마감이 24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구두상 요청이 있었을 뿐 마감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매각 주간사들도 정형화된 방식으로 M&A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입찰 중간에 끼어들더라도 가격과 조건이 좋으면 우선권을 준다는 식이다. 이런 방식이 결과적으로 M&A의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대한 늦게 가격과 조건을 제안하는 게 유리하기때문이다.
유력 인수 후보측 관계자는 “한화가 개별 전투에서 점수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ING그룹 경영진으로부터는 신뢰를 계속 잃고 있다”며 “이미 한화는 지난해 ING생명 동남아 법인 인수 과정에서 ING그룹을 실망시킨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한화는 당시 예비입찰에서 인수가격을 3조원대 후반으로 썼지만 본입찰에서는 가격을 2조원대로 확 낮춰, M&A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ING생명 우선협상대상자는 빨라도 내달 중순 이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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