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일자리 나누기' 대타협
한달만에 '고용률 70% 로드맵' 협약
인위적 고용 조정' 막기 위한 고통 분담
"기업별 교섭 많아 이행 불투명" 지적도
노·사·정이 30일 체결한 일자리 협약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는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다음달 내놓을 ‘고용률 70% 로드맵’의 추진 동력을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흔적이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이 없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긍정적
‘고용률 70% 달성’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이를 위해선 연간 50만개씩 5년간 23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가 매년 4%씩 성장해도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시간제 일자리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됐다. 시간제 일자리는 결국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감축(임금 손실)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체결된 노·사·정 협약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합의문을 뜯어보면 노사가 상당히 많이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합의문을 보면 노동계가 그동안의 입장에서 돌아선 부분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합의문에는 “(노사는) 임금피크제, 임금구조 단순화 등 임금체계 개편에 협력한다”는 부분이 있다. 노동계가 그동안 “임금 유연화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임금피크제를 수용한 것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 직무 재설계, 인력 배치 전환 등에 협력한다”고도 명시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임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가 양보한 부분도 적지 않다. 재계는 “대기업이 매년 신규 채용계획 수립 시 기업 여건에 따라 청년층 채용을 전년에 비해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동시에 중장년층의 고용 안정을 위해 정년 60세 의무화 이전에도 “재고용, 단계적 정년 연장 등에 공동 노력”하고 퇴직 예정 근로자에 대한 전직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리해고를 뜻하는 ‘인위적 고용 조정’을 막기 위해 노·사·정은 “경영계는 인위적 고용 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배치 전환, 임금·근로시간 조정, 휴업·휴직 등을 우선 추진하고 노동계는 고용 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이와 같은 조치에 적극 협력한다”고 약속했다.
○“합의문 시행 만만치 않을 것”
노·사·정은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데 합의하고 법도 개정키로 했다. 개정되는 법에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여성 청년 등으로 참여 범위를 넓히고 경제 산업 복지 등으로 논의 내용도 확장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합의문 시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노·사·정 합의의 모범 사례로 삼았던 독일과 네덜란드는 산별교섭 중심의 노사관계여서 기업별 교섭 중심인 한국과는 다른 점이 많다. 산별교섭 체제에서는 상급 단위 노조가 결정을 내리면 산하조직이 이 결정을 비교적 잘 따른다. 그러나 기업별 교섭 체제에서는 상급단체의 결정이 산하조직에서 이행이 잘 안 되는 면이 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이 기업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거나 공공부문 고용을 늘리는 방안”이라며 “기업이 어려워도 해고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신규 고용이 자유롭지 못한 노동시장 경직성을 유연화하기 위한 방안 등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합의에서 빠진 점도 변수로 지적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대화 주체에서 민주노총이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산적한 일자리 과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주체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민주노총을 품고 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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