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3대 걸림돌'은…(1) '변양호 신드롬' 넘을 수 있나

입력 2013-05-27 17:21
수정 2013-05-28 04:47
● '변양호 신드롬' 극복
● 지역정서 해결
● 노조·野반발 무마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위해 경남·광주은행 등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유력하게 거론됨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앞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3대 걸림돌’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에) 직(職)을 걸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을 정도로 박근혜정부의 민영화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하지만 △‘변양호 신드롬’ 극복 △지방은행 매각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 해소 △노조와 야권의 반발 무마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변양호 신드롬’ 돌파 의지는?
그간 세 번의 매각 시도에서 △빠른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의 발전 등 ‘우리금융 민영화 3원칙’은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특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면 이명박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일괄매각’을 추진했던 배경이다.

‘신제윤 금융위’도 공식적으로는 “국회가 정한 3대 원칙을 조화롭게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는 입장이지만 기류 변화가 있다. 3대 원칙을 다 충족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고, 시장에서 팔리도록 매각 방안을 마련하려면 ‘빠른 민영화’와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일부 희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국회와 언론의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변양호 신드롬을 극복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신 위원장은 “감수하고 갈 것”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남상구 공자위 민간위원장 역시 “3대 원칙에 묶여 최대한 빨리 우리금융을 팔아야 한다는 대의를 그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조속한 민영화가 공적자금을 최대로 회수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거세지는 지역정서의 파고

금융위는 경남·광주은행 등 자회사들을 우리금융지주에서 일단 분리한 뒤 예금보험공사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지주가 직접 매각하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95% 이상을 팔아야 하지만 계열에서 분리한 뒤 매각하면 예보 지분율(57%)만 매각해도 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어디에 매각하느냐다. 인수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경남은행을 두고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물밑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의지를 갖고 있다”며 “두 은행이 본래 한 뿌리에서 나왔고, 지역정서와 산업연관성을 고려할 때 결국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역시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영남권 대표 은행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미 시장에선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최경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의 유력 정치인을 거론하며 ‘경남은행은 OO은행이 가져갈 것’이라는 루머들이 돌고 있다. 광주은행에 대해서는 광주상공회의소 등이 지역상공인들에게 은행을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 정치인들도 여기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시장 논리에 따라 두 지방은행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금융당국으로선 지역정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일각에선 이런 걸림돌을 아예 없애기 위해 경남은행은 하나은행에, 광주은행은 신한은행에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노조 ·야당의 반발도 극복해야
자회사 매각 뒤엔 우리금융의 본체를 팔아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우리지주를 KB금융지주 등 다른 지주사와 합병하거나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B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해당 금융사 노동조합은 물론 야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야당의 반발에 부닥치게 된다.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매각한다면 ‘론스타 트라우마’를 겪은 국민 다수의 부정적인 정서도 극복 대상이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라며 “매각 방안이 결정되면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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