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창조경제] 파리바게뜨, 中 고급상권 공략…까다로운 '왕서방' 입맛 사로잡다

입력 2013-05-27 15:30
수정 2013-05-28 10:10

프랜차이즈는 자국에서 개발된 경영 노하우와 시스템을 다른 나라에서도 그 나라의 실정에 맞게 변형해 전개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브랜드로 4개국에 진출, 총 148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중국에 진출해 상하이베이징칭다오 등 주요 거점에 113개 매장을 열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또 다른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뉴욕LA 등 각 지역에 25개 매장이 성업 중이다. 이들 대도시에서는 한인 거주지역뿐 아니라 미국 현지인 고객 비중이 90% 이상인 주류 상권에도 들어가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과 싱가포르까지 무대를 넓혔다. SPC그룹은 2020년까지 해외 60개국에 진출해 3000개 점포망을 구축하고 해외 매출 2조원을 달성해 세계 제과제빵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중국 베이징 등 113개 매장 운영

파리바게뜨는 중국에서 맥도날드, 피자헛 같은 프랜차이즈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베이커리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주요 도시의 중심 상권과 고급 주택가를 집중 공략해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2004년 상하이 구베이 1호점을 시작으로 베이징 난징 등 거점에 1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에 이처럼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해 장기적 전략을 세워 접근한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다양한 체험 마케팅과 이벤트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2005년부터 약 500회 이상 진행한 ‘케이크 교실’은 파리바게뜨의 대중적 이미지를 높여주는 독특한 문화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다. 세계적 베이커리 업체들도 중국 시장에서 취약했던 부분이 바로 현지화 문제였다. 파리바게뜨는 현지인들의 기호를 꼼꼼히 분석해 중국인들의 입맛에 딱 맞춘 메뉴 개발에 주력했다. 중국에서 큰 히트를 친 ‘육송빵’은 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식성을 반영해 빵 위에 소고기 가루를 가득 얹었다. 파리바게뜨 중국 매장에서 국내보다 기름진 내용물이 많이 들어간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현지화 노력의 결과다.

철저한 현지화…미국서도 성업

중국에 이어 세계 최대 베이커리 시장인 미주 시장 공략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2002년 9월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 트렌드 분석을 통해 2005년 10월 LA 코리아타운에 미국 1호점을 오픈했다.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뉴욕 맨해튼을 비롯해 미국 동·서부에 총 25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미국 매장은 3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국내 매장 콘셉트를 그대로 적용해 카페형으로 꾸몄다.

미국 매장에서는 패이스트리류와 크라상류 제품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현지인들도 감탄할 만큼 뛰어난 맛과 더불어 커피가 생활화된 미국인들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제품이라는 점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도 미국 내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아기자기한 모양을 한 빵과 고구마·단팥 등을 이용한 빵들은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현지인들로부터 인기를 모았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2009년부터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험 마케팅을 펼쳐왔다. 서부 지역에서는 교민 가족들이 참여하는 ‘케이크 클래스’를, 동부 지역에서는 매달 지역 교민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샌드위치 클래스’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성장 가능성 큰 베트남 공략

SPC그룹은 지난해 4월 베트남에 글로벌 100호점인 까오탕점을 열었다. 베트남은 소비지향적이고 냉장고가 많이 보급되지 않아 외식문화가 보편화된 나라다. 또 프랑스 식문화의 영향으로 빵과 카페 문화가 잘 발달돼 있어 베이커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다.

파리바게뜨는 베트남 인구의 60%가 30세 이하인 젊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 트렌디한 제품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고품격 베이커리’의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파리바게뜨 까오탕점은 갓 구운 빵의 신선함과 다양한 열대과일을 활용한 식재료로 베트남 매장만의 특색을 살렸다.

파리바게뜨는 현지의 다른 베이커리보다 3배 이상 많은 150여종의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힐 예정이다.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 등에 9개 매장을 열었으며 2020년까지는 베트남 전 지역에 300개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시장 교두보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9월 싱가포르의 핵심 상권인 오차드 로드에 ‘파리바게뜨 위즈마점’을 오픈,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동남아 경제의 허브인 싱가포르는 동남아 주변국들로 입지를 넓히기 위한 교두보로서 큰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에선 현지 베이커리 브랜드인 브레드토크(Bread Talk), 델리프랑스(Deli France), 야쿤카야 토스트(Yakun Kaya Toast)를 비롯해 프랑스 유명 베이커리인 메종카이저(Maison Kayser) 체인점들이 줄줄이 문을 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파리바게뜨 위즈마점은 선진 베이커리 문화가 도입돼 있는 싱가포르의 높은 생활수준을 반영해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인 ‘파리크라상’ 이상의 최고급 베이커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싱가포르에 50개 매장을 열어 다점포망의 이점을 살리는 한편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을 선호하는 현지 특성에 맞춰 다양한 조리빵을 함께 선 보이는 현지화 전략도 펼쳐가기로 했다.



◆가맹점과 상생 - 아르바이트 학생 年 100명에 장학금

프랜차이즈 산업은 제품과 서비스 매뉴얼, 마케팅 기술 등의 노하우를 가맹점 창업자들에게 제공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진 유통방식이다. 굳이 ‘동반성장’이란 표현을 쓰지 않아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협력해야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생 시스템인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3%인 데 비해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4% 미만이다. 이를 보더라도 본사만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189만원(연 6억9000만원)으로 조사 대상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루 15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점포는 80% 이상으로 인건비와 관리비, 임대료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월 평균 700만~800만원에 이르고 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특정 업종에서 국내 1위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축적된 노하우로 창업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돕고 있다. 제빵업계 최초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웹 기반의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을 도입해 과학적인 매장 운영과 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상 가맹점은 본사의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역량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파리바게뜨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상생협력위원회’를 발족시켜 전국 가맹점 대표단과 본사 경영진과의 정기적인 의사소통 창구를 만들었다.

지역별, 상권별, 매장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해 가맹점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해부터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의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중 매년 100명씩을 선발해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SPC 행복한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3회에 걸쳐 총 165명에게 3억여원의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선발된 장학생에게는 그룹 공채 때 지원하면 가산점을 주는 한편 제과제빵 관련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SPC가맹점주 자녀 행복한장학금’ 제도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1년 이상 매장을 운영한 가맹점주의 대학생 자녀 중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학생을 매학기 선발해 매년 10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자리 창출 -포당 7.5명 채용 … 장애인 고용도 앞장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연간 5만개 안팎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신설되고 이로 인해 약 2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1개가 창업하면 가맹본부 46명, 가맹점 371명 등 평균 417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프랜차이즈를 통한 일자리는 124만개로, 총 고용인원 대비 4.3%에 달한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1월 현재 총 3만3200명(본사 1만1500명, 가맹점 2만17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독립 자영업의 점포당 평균 고용인원이 2.8명인 데 비해 파리바게뜨 매장은 점포당 평균 7.5명을 고용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버금가는 규모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10개만 존재해도 30만명 이상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SPC그룹은 서울시와 손잡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PC그룹은 최근 서울 양재동의 서울시 인재개발원에서 조상호 그룹총괄사장,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취업 및 자활 지원사업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기존에 SPC그룹과 푸르메재단이 함께 운영해온 장애인 고용 베이커리 카페 브랜드인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사업에 서울시가 각종 행정지원 및 매장 공간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SPC그룹은 사업에 필요한 재원과 기술지원을, 푸르메재단은 직접 사업 운영을 맡게 된다.

SPC그룹과 서울시는 공동협력의 첫 작품으로 서울시 인재개발원 내에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점포를 오픈했다. 이 점포에는 3명의 장애인 직원이 채용됐다. 이들은 장애인 직업교육시설인 ‘SPC&소울 행복한 베이커리교실’에서 제빵 및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파리바게뜨는 또 50대 퇴직자들의 사회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문성이 없는 퇴직자들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본사는 월 평균 40여개의 신제품을 개발해 가맹점에 즉각 공급함으로써 가맹점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광고비는 본사가 전액 부담한다. 2011년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5%)을 훨씬 웃돈다. 자영업자의 창업 대비 폐업률은 81.5%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에 비해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폐업률은 2.9%(2010년 정보공개서 기준)에 그쳐 퇴직자들의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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