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서정민 <혼다코리아 상무>
폭주족, 소매치기, 교통사고….
‘모터사이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은 불량스럽고 위험한 이동수단으로 전락했다. 경제적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지만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다. 혼다의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는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오토바이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생존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오토바이였던 것이다. 길이 사라지고 폐허가 된 도시에서 새 출발의 꿈마저 잃어버린 피난민들에게 오토바이는 다시 달릴 수 있는 도구였고, 새 출발을 가능하게 해 주는 희망이었다.
소이치로는 조작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고 편리한 오토바이를 만드는 데 본격적으로 매달렸고 혼다 ‘커브’라는 대표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모델은 혼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1956년 일본이 고도 성장기를 맞이하면서 오토바이는 사람들에게 주요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삶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대만, 베트남에서도 모터사이클은 중요한 이동수단으로 여겨진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성숙한 바이크 문화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몇 해 전부터 중국과 대만에서 저가의 모터사이클이 대량 수입되면서 제품의 품질이나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소비자들의 모터사이클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국내 모터사이클 판매업체들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소비자들은 올바르게 모터사이클을 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모터사이클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모터사이클 교육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 소비자들은 모터사이클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라이더로서 지켜야 할 안전 주행 수칙에 대해서도 무지한 상황이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와 달리 신체가 외부로 노출되기 때문에 안전 장구 착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라이더를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 스스로 안전하고 성숙된 모터사이클 문화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와 모터사이클 업계가 협력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그릇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모터사이클 판매업체와 주행자들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혼다는 ‘인간존중’이라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올바른 모터사이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주행자들이 모터사이클 오너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인도 주행 금지, 신호 위반 금지, 헬멧 착용, 청결 상태 유지 등을 지키도록 권고하고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함께 모터사이클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한층 성숙한 모터사이클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서정민 <혼다코리아 상무>
▶ '폭스바겐 나이트' 가 부러운 이유
▶ [자동차 소식마당] 메르세데스-벤츠, 미하엘 슈마허와 파트너십
▶ 50살 포르쉐 911, 스포츠카 대명사 되다
▶ [오토타임즈의 확대경] 한국시장 문앞서 서성이는 알파 로메오
▶ [자동차 소식마당] 현대차 '더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 개최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