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대입 풍속도… 고교-대학 '갑을관계' 역전

입력 2013-05-27 11:31
수정 2013-05-28 09:41
호텔 식사대접 '귀한몸' 진학부장… 명문대도 '찾아가는 입시설명회'
2017년 고교 졸업자수<대학 입학정원… 군소대학 100곳 문 닫을 판</STRONG>


"올해만 10차례 가까이 서울·경인지역 고등학교 진학부장들을 초청해 입시설명회를 열었어요. 테이블마다 직원을 붙여 VIP 대우를 합니다. 지방에서 설명회를 열 땐 호텔을 잡아 식사 대접도 하죠."

서울 소재 유명대학 입학 관계자의 말이다. 대학이 입시에서 갑(甲) 행세를 하는 건 옛말이 됐다. 저출산 등으로 입학자원 자체가 줄고 있어서다. 명문대도 예외는 아니다. 우수 수험생 유치가 입시 시장에서의 대학 평판과 직결된다. 고교 진학부장은 자연히 '귀한 몸'이 됐다.

27일 대학과 고교들에 따르면 최근 대입 풍속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대입에서도 존재하던 대학과 고교의 갑을관계가 역전되는 모양새다.

그간엔 대학이 갑의 위치에 선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에 몇 명 진학했는지'로 실적을 평가받던 고교는 을(乙)에 가까웠다. 이젠 입장이 바뀌었다. 대학들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고교를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이화여대 백지연 입학부처장은 "가까운 수도권 고교의 경우 진학부장들을 수차례 학교로 초청해 입학전형과 장학제도 등을 설명하고 식사 대접도 한다"며 "
지방에서도 부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청 광주·전라 등 권역별로 입시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지난달 서울과 부산에서 대규모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고교나 수험생이 원하는 '수요자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호응을 높이기 위해 다른 유명대학들과 함께 공동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직접 고교를 찾아가기도 한다. 백 부처장은 "고교에서 직접 설명회 개최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우리가 고교에 공문을 발송해 섭외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학들은 진학교사를 잡기 위해 숙식 제공에 해외탐방까지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특히 신입생 모집에 목마른 지방대일수록 이런 분위기가 강하다.

일례로 경기도의 한 대학은 해외캠퍼스 탐방 명목으로 방학기간 인근 고교 교사들을 중국으로 여행을 보내줬다. 감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지금은 중단됐다. 경북지역 한 대학도 입시 홍보를 위해 방학 때 교사 초청·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캠퍼스에서 숙식을 제공한다.

최근엔 수도권 유명대학들까지 적극적으로 변했다. 전국을 찾아가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대학 총장이 직접 고교를 찾아 학교 홍보와 입시 소개를 하는 케이스도 종종 있다.

성균관대는 3~4월 전국 14개 도시를 순회하는 대입 지원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지방 대도시 외에 청주 일산 제주 원주 창원 등이 일정에 포함됐다. 아주대 역시 4~6월 수원 포항 천안 울산 등을 돌며 '찾아가는 입학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중대부고(중앙대 사범대학 부속고) 손영정 진학부장은 "예전에도 대학들이 고교 진학부장을 모아 설명회 행사를 했지만 지금처럼 연세대·성균관대 같은 곳이 발 벗고 나서진 않았다"며"이젠 가만히 앉아 우수학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를 거치지 않고 대학이 직접 수험생·학부모를 만나는 것도 요즘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대학들의 변화는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험생 수가 계속 줄어 수년 내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지는 추세.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대학도 신입생이 없어 문을 닫는 시대가 오게 된다.

이와 관련, 서거석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처음으로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지고, 2020년엔 현재 정원보다 11만 명이나 부족해진다"며"70%대 초반 대학진학률을 유지할 경우 군소대학 100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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