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복지모델' 흔들리나

입력 2013-05-26 16:54
수정 2013-05-27 02:13
소요사태 엿새째 … 방화 잇따라
이민자 차별·복지 축소 등 반발


복지 국가 스웨덴에서 엿새째 이민자 시위와 방화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과 주변 도시에서 20대 젊은이 수백명이 밤에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등 소요 사태가 엿새째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13일 스톡홀름 북서쪽 허스비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칼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69세 남성을 경찰이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요 사태는 19일 밤 허스비에서 시작됐으나 이후 스톡홀름 남쪽과 서쪽 지역으로 확산됐다.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이민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스톡홀름에서만 경찰 7명이 부상을 당하고 차량 50여대와 상가 건물 등이 불탔으며 29명이 체포됐다. 스웨덴 남부도시 린셰핑에서는 120건의 차량 방화와 두 건의 학교 방화 신고가 있었으며, 한때 불붙은 트럭이 건물을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소요 사태가 여기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경찰의 과잉 진압을 넘어 그동안 스웨덴 이민자 계층이 높은 실업률과 차별, 빈부격차 등을 겪으며 쌓였던 박탈감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경찰이 평소 자신들에게 ‘원숭이’ ‘쥐’ ‘니그로’ 등의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촉발된 허스비 지역은 전체 1만2000명의 주민 중 80%가량이 터키, 중동, 소말리아 등에서 이주해온 이민자 가정으로 이뤄져 있다. 스웨덴은 10년 전 10%였던 이민자 비율이 현재 전체 국민의 15%에 이른다.

빈민층에 대한 교육 등 복지 혜택을 계속 줄여왔던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스웨덴 야권은 “2006년부터 중도 우파가 집권하면서 세율을 낮추고 복지 정책을 줄이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졌다”며 “정부의 이민자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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