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 디자인 투어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고색 창연한 건축물 늘어선 거리
가구·유리공예·옷·구두 등 개성있는 디자인 상품점 즐비
오랜 세월 지나온 앤틱 제품점엔 시·공간 넘나든 마법의 힘 '매력'
산타와 자일리톨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핀란드는 세계적인 디자인 대국이다. 거침없는 그 힘
은 헬싱키의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북유럽 3국 중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평가
를 받고 있는 핀란드는 유려한 자연경관과 친절하고 훈훈한 사람들 그리고 이를 고스란히 닮은 그들만
의 독창적이고 편안한 디자인으로 우리의 삶을 넘어 세기를 디자인하는 중이다. 그중 핀란드의 심장이
라 할 수 있는 헬싱키는 핀란드의 수도이자 핀란드 디자인의 중심지다. 헬싱키 시내 중심부의 다이애나
공원을 중심으로 에스플라나다 남쪽에서 북쪽, 에로타얀크, 우덴만카투 거리에 두루 뻗쳐 있는 170여
개의 디자인 관련 상점들이 모여 있는 이곳이 그 유명한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다. 고색창연한 건
축물이 늘어선 거리 가득히 북유럽 디자인의 가구컬렉션, 골동품, 핀란드가 자랑하는 유리 공예 등 다
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상점들이 넘치고 또 넘친다.
◆디자인 디스트릭트 구경하는 방법
구석구석 가득한 볼거리에 정신을 빼앗겨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날이 저물고 문 닫을 준비를 하는 상점 주인들의 눈치에 기죽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바둑판 모양으로 열 블록이나 되는 거리에 상점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데 대부분은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 모두 문을 닫는다. 이 때문에 ‘이왕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온 것, 모두 구경하고 돌아가리라’는 욕심 많은 여행자에게는 이곳을 공략하기 위한 시간 안배와 전략이 필요하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도를 챙겨야 한다. 디자인 디스트릭트 지도는 헬싱키 관광 안내소나 디자인포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상점마다 각각 고유의 번호가 매겨져 있고 간단한 소개와 전화번호, 웹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으며 친절하게도 지도 위에 번호까지 표기돼 있어 지도 하나만 들어도 천하무적이 된다.
먼저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의 랜드마크인 다이애나상을 찾았다. 다이애나상을 뒤로하고 보이는 거리가 바로 우덴난카투거리다. 디자인 디스트릭트의 많은 구역 중 이곳을 먼저 찾은 이유는 가장 많은 상점이 옹기종기, 오밀조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창백한 백작에게 어울릴 듯한 리본 달린 남자구두, 세밀하게 세공된 은제품, 호주 원주민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그래픽으로 장식된 전등과 식기, 디자이너 겐조의 패브릭제품, 사랑스러운 이바나 헬싱키의 옷, 할머니 찬장을 열어본 것 같은 기분에 취하게 되는 다양한 앤틱 소품, 모던하고 세련된 핀란드 신진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소품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앤틱에서 풍기는 마법 같은 힘
찬찬히 둘러본 후엔 다시 우덴만카투 방향으로 내려간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 상점과 주얼리 상점들을 지나 우덴만카투 교차로에 이르면 ‘hope hat’이라는 모자가게와 그 대각선 방향으로 ‘secco’라는 디자인 숍이 있는데 이 두 곳은 그냥 지나치면 후회 막심할 재미난 아이템이 많다. ‘hope hat’은 바깥에서 얼핏 보고 스친다면 꽃가게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큼지막하고 화려한 꽃 장식의 모자들이 그 특유의 자태를 뽐낸다.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 가장 창의적인 곳을 꼽자면 단연 ‘secco’다.
재활용품과 엄청난 아이디어가 결합된 재기발랄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 제품들이 가득한 착한 상점이다. 쌀가마니로 만든 조명부터 지퍼로 만든 브로치, 폐타이어로 만든 가방과 넥타이까지 이 세상 진귀한 물건은 다 모아놓은 듯하다. 비교적 외따로 떨어져 있지만 루베르틴카투 거리에 위치한,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pop antik’도 꼭 들러볼 것! 작은 공간 안에 조밀하게 모여 있는 1만개가 넘는 오래된 인형들과 눈맞추며 인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앤틱 제품이기 때문인지 이곳에는 공간과 시간의 여백을 느낄 수 없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오래된 먼지냄새가 고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머리 속이 두서없이 정렬된 수많은 위시리스트로 복잡해진다면 엘오타잔 거리 광장 앞에 위치한 디자인 포럼에 들러보자.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다이애나 상을 중심으로 우덴만카투 거리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상큼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톡톡 튀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조명, 패브릭, 주방용품, 문구에 이르는 다양한 아이템이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더불어 디자인 관련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와 쉬어갈 수 있는 카페까지 있어 일석이조다. 또 디자인 포럼 인근에 위치한 디자인 박물관과 핀란드 건축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핀란드의 디자인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피니시 디자인의 정수를 만나다
디자인 포럼의 카페에서 맛본 조금의 휴식이 지친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주었다면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피니시 디자인의 정수들을 만나는 일이 남아 있다. 피니시 디자인 중 가장 유명한 세 개의 브랜드가 다음 코스에 모두 모여 있다. 디자인 포럼이 있는 에로타잔크 거리에서 에스플라나드 방향으로 가면 그 이름도 찬란한 ‘artek’ 매장이 있다. 의자의 제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핀란드 디자인의 머리이자 현대 건축의 거장인 알바알토가 1935년 설립한 이 회사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인테리어 제품이 모여 있는 별천지다.
알바알토가 디자인한 삼발이 스툴과 자작나무를 유연하게 구부린 ‘L’자형 받침다리가 있는 곡선형 의자를 비롯해 그의 아내 아이노 알토가 디자인한 패브릭 제품과 인테리어 소품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기다. 이 외에도 핀란드 디자인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조명, 가구, 주방을 비롯한 홈데코 소품 등 여기저기 눈을 뗄 수 없고 발길 돌리기 힘든 제품들로 가득하다.
남쪽 에스플라나드 거리에 아르텍이 있다면 북쪽 에스플라나드 거리에는 마리메코와 이탈라가 있다. 말해 무엇하랴 싶을 만큼 세계 여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마리메코는 핀란드 최고의 패브릭 브랜드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차용할 수 있는 상상력은 마리메코 원단 안에 다 있는 듯하다. 주방용품, 욕실용품을 비롯해 기성복, 아기옷까지 그야말로 이곳엔 패브릭과 관련된 제품은 없는 게 없다.
◆편리함과 아름다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마지막으로 이탈라에 들러보자. 마리메코 옆 블록의 제일 끝 집이 바로 벼르고 벼르던 이탈라다. 원래 맛있는 음식은 아껴두었다가 가장 마지막에 먹는 법이기에…. 헬싱키에 오기 전 말만 들어도 떨리던 그 이름이 바로 이탈라였다. 아르텍에서 언급한 천재 알바알토와 그의 부인 아이노 알토, 그리고 또 다른 천재 디자이너 가이 프랭크의 제품들이 이탈라에 모여 있으며 대부분의 제품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금까지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 제품이라는 것이 놀랍다. 훌륭하게 기능화된 디자인과 수려한 모양새에 머리 속은 온통 ‘갖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프랭크는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 문제 해결의 기초는 기본적 욕구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 잡기 편하고 쓰기 편하고 효용 있는 피니시 디자인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핀란드의 천재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세기를 넘어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열풍을 주도하며 생활 속의 편리함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피니시 디자인(Finnish design·핀란드식 디자인)의 독특함, 간결하고 모던한 특징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바로 인간이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바탕으로 한 훌륭한 디자인과 완벽한 기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피니시 디자인의 핵심이다. 디자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어느 것 하나 불평할 것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이들 제품을 곁에 둔다는 것은 예쁜 데다 공부까지 잘하는 아이와 단짝 친구가 되는 느낌이다.
헬싱키(핀란드)=문유선 여행작가 usun3003@gmail.com
여행팁
19만개 호수·17만개 섬…자연경관도 수려
핀에어를 이용하면 헬싱키까지 직항으로 연결된다. 주 7회 매일 운항한다. 헬싱키 반타공항은 시내에서 20㎞가량 떨어져 있으며 시내버스와 핀란드항공에서 운영하는 공항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핀란드 항공 사이트(finnair.co.kr)에 자세한 정보가 있다.
전 국토의 75%가 숲으로 덮여 있으며 약 19만개의 호수와 17만개의 섬이 있어 그림 같은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북쪽지방의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70여일간 계속되고 겨울에는 한낮에도 해를 볼 수 없는 카모스 현상이 있다. 기후가 좋아 같은 위도 상에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겨울이 따뜻하다. 헬싱키의 경우 겨울 최저 기온이 -6도, 여름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지 않는다.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7월과 8월이다.
트램과 버스, 메트로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요금은 동일하게 적용되며 하루 3번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투어리스트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버스나 메트로에 비해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는 빈도가 높은 트램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도보를 추천한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체계적으로 구경하고 싶다면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두 시간 동안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가격은 16유로. (helsinkiexpert.fi)
▶ 20~30대 여성 적극 공략…日 관광객 393만명 유치
▶ 롯데월드와 함께하는 다른 그림 찾기
▶ [기고] 이한철 한국전시산업진흥회장, "80회 UFI 서울총회 마이스 진흥의 계기 되길…"
▶ '물길 복원'사업 나선 박승호 포항시장, "포항, 문화가 흐르는 아시아 나폴리 만들 것"
▶ [기차여행] 덜커덩~철컥~느려서 더 좋은 열차 굽이굽이 백두대간 비경을 달린다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