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열정

입력 2013-05-23 17:35
수정 2013-05-24 00:13
12세 첫 무대에서 들은 박수소리…하루하루 고된 연습 지탱해준 힘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나는 태어나길 외골수의 기질로 태어난 것 같다. 어렸을 적에도 여럿이 어울려 노는 것보다 혼자 앉아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 하나를 찾아 말도 안 되는 대화를 나누면서 놀았던 기억이 더 많다.

어느 날 피아노를 만나고 빠져들면서 다른 것들에 대해선 더욱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가장 좋은 것 하나만 있으면 그뿐, 더 이상의 욕심이 생기지 않았던 편한 기질. 하지만 세상은 얼마나 넓고 다채롭게 전개되는가. 가끔은 주변 사람들을 답답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것저것 관심 있고 재주도 많아서 훨씬 윤기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많은 재능 중에 무엇을 선택해 인생을 꾸려나갈까를 심하게 갈등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돌이켜보면 이런 내 기질이 지금까지의 나를 지탱해 준 힘이고, 곧 내 올곧은 열정의 바탕이었던 것 같다.

끓어오르는 젊음을 무엇에 바쳐야 하는가는 철들면서 만나는 가장 큰 인생 명제이다. 뜨거운 가슴을 무엇을 향해 쏟아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그래서 얻어낸 것들을 향해 험한 가시밭길도 마다치 않고 미친 듯 자신을 불태워 버리는 사람들의 삶을 멋지고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열정이 밖을 향해 선하게 열려 있을 때 더욱 가치 있는 꽃으로 피어나 인류의 역사를 채워나간다고 생각한다.

맨 처음 나의 음악적 열정은 무대를 향한 것이었다. 아버님의 못다 피운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나에게 전이돼 피아노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초등학교 5학년 때 국립교향악단과 베토벤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면서 제법 큰 무대로 데뷔를 하게 했다. 무섭고 떨리는 것은 잠시였고, 당돌하게 마음을 다잡고 무대에 오르자 컴컴한 관중석에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숱한 시선에서 묘한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어떻게 연주를 했는지는 기억할 수 없으나 끝나고 난 뒤의 박수 소리는 어린 나이에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감격으로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그로부터 나는 무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날마다 스스로의 고된 연습을 조금도 지루해하지 않았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부터 나는 1등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실기 시험과 콩쿠르에 걸쳐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목표를 세우고 나와 씨름했다. 당시 내 음악이 어땠으리라는 것을 나와 같은 목표로 머리를 싸매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때마다 슬며시 웃음 짓기도 한다.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 "남자경험 많은 女는…" 비하 발언은 기본에

▶ 강민경, 무보정인데 가슴골이…'헉' 소리나네

▶ '女비서' 면접 보러 갔더니 술 먹인 후…경악

▶ NS윤지, 엎드리자 터질듯한 가슴…'깜짝'

▶ 강호동, 사업으로 번 돈이…'이 정도일 줄은'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