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하나대투증권
증권산업 업황 및 전망
증권업계가 학수고대하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금융당국이 앞장서 ‘증권사 영업활력 제고방안’을 내놓는 등 호재성 뉴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상황이 급격히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하는 정도다.
◆주식위탁매매 수익성 둔화로 위기
증권업황은 길게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5년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2012년 4월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부터다. 2009~2011년 3년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조원대였지만, 작년 4월 이후 6조원대로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리테일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부문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한 거래대금 수준은 하루 평균 7조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증시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시가총액회전율도 3년 평균 170% 수준에서 최저 85%까지 떨어졌다.
브로커리지 수수료율 하락도 증권사 수익성 악화의 한 요인이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거래 비중은 2009년 2% 미만에서 올 들어 10%를 웃도는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모바일 거래는 대부분 1.5bp(1bp=0.01%포인트) 수준의 저렴한 온라인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모바일 거래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오히려 둔화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 수익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로커리지 업무의 수익성이 둔화된 것이 증권업황 부진의 직격탄이었다. 자산관리(WM) 시장의 히트상품 부재, 투자은행(IB) 시장 축소 등이 맞물려 전반적으로 부진한 업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악 상황은 지났다
이런 점에서 증권업계 위기 상황이 최악은 지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지난 4월 들어 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7조원 안팎으로 올라섰다. 2013년 ‘상저하고(上低下高)’ 증시 전망에 따라 하반기 증시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거래대금과 증권주 주가가 추세적으로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신용융자 잔액도 올초 4조원대에서 최근 4조8000억원까지 회복했다. 특히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2조2000억원으로 6년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고객예탁금 잔액도 연초 16조5000억원에서 19조원까지 증가했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및 고객예탁금 이자수익도 소폭이나마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 완화, 비용 절감 기대
규제 측면에서는 지난달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이달에는 증권사 영업활력 제고방안이 제시돼 업계 구조조정과 전문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년 넘게 유지된 개인 신용공여 제한이 완화되고,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도 자본 활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이런 조치들이 업황을 실제로 부양시킬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계속 강화돼 오던 정책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시그널 자체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지점 축소, 구조조정 등 몸집을 줄인 것도 실적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 증권사 지점 수는 총 1123개로 1년간 149개(-8.4%) 줄었다. 업계 판매관리비도 분기 평균 5% 수준씩 점진적으로 줄어들면서 2013년 회계연도에는 증권사들의 비용 지출이 작년보다 약 15% 감소될 전망이다.
실적 턴어라운드가 나타나면 업황 개선세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업황이 바닥에서 탈출하고 증권주 주가가 반등하는 시기는 올 하반기 중으로 예상된다.
◆자산관리부문이 미래 동력
WM 부문은 고령화와 저금리 지속으로 증권업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역할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에 치중한 수익구조를 탈피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와 장기 거래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관리 부문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은 금융위기 이전 펀드 일변도에서 벗어나 최근 랩어카운트, 주가연계증권(ELS), 소매채권, 신탁, 방카슈랑스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다. 중(中)위험-중(中)수익, 절세, 월지급식 금융상품이 향후 자산관리 시장의 3대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WM 부문이 성장하면서 브로커리지 부문의 성장성은 둔화될 전망이다. 전문적인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상품을 통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투자가 대상 영업에서는 양질의 리서치 서비스가 가능한 대형 증권사들이 유리하기 때문에 업계 내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mjson@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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