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배우는 인생 - 강만수 우리카드 배구단 감독
"배구 감독 20년 하니 정확한 아이언샷 승부"
배구 감독으로 '이글' 노릴 것…우리카드 强서브 기대해달라
“젊었을 때 골프를 치면 힘과 거리로 상대를 압도했는데 이제는 아이언샷의 정확도로 승부를 냅니다. 20년 전 초보 감독 시절에 패기로 선수들을 몰아붙였지만 지금은 조용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고 있죠.”
‘아시아의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강만수 우리카드 배구단 감독(58). 세 번째 감독을 맡아 다시 배구 코트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감독생활을 골프에 빗대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1993~2001년)와 KEPCO45(현 KEPCO 빅스톰·2009~2011년) 등 지난 두 번의 감독 경험에 이어 대한배구협회 강화위원장을 하면서 코트 밖에서 기다림의 미학까지 배웠다. 옛 드림식스 배구단인 우리카드 배구단의 감독으로 지난 2일 선임된 뒤 선수단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강 감독을 21일 충남 아산시 풍기동의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195㎝의 강 감독과 악수하면서 장타자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강 감독은 “젊었을 때는 5번 아이언으로 공을 족히 200m는 날렸고 드라이버 비거리는 300야드에 달했다”며 “파4홀에서 1온을 시킨 적도 있었지만 50대에 접어들면서 거리가 줄어 이제는 정확도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강 감독이 처음 골프 클럽을 잡은 것은 일본 와세다대에서 유학하던 1984년. 중고 드라이버를 하나 사서 자전거에 묶어 골프연습장을 다녔다. 운동 선수 특유의 고집이 있어 코치 없이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다. 타고난 운동 감각에 강한 힘을 더해 장타자로 동반자들을 압도했다. 구력 30년에 육박하는 강 감독의 평균 스코어는 80대 초반이다.
“배구 감독으로서 이글을 노려봐야죠. 현대자동차서비스 감독으로서 팀을 고려증권과 맞서는 양대 산맥으로 키워놨는데 삼성화재가 생기고 프로배구가 시작된 뒤엔 우승을 못했어요. KEPCO를 맡아 1승도 못할 상황에서 8~9승을 올렸지만 아쉽게 그만둬야 했죠. ”
강 감독은 골프와 배구의 공통점으로 집중력과 팀워크를 꼽았다. 그는 “샷을 날리거나 퍼팅을 할 때 순간 집중력이 중요하다”며 “배구에서 선수들의 마음이 흐트러질 때 집중력을 키워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골프가 개인 운동이긴 하지만 동반자와 비슷하게 맞춰서 플레이를 해줘야 라운딩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배구는 단체 운동이니 팀워크가 중요하죠. 베스트 멤버 6명 외에 나머지 벤치에서 준비하는 선수도 실력을 비슷하게 맞춰야 긴 리그를 펼칠 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강 감독이 골프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드라이버샷이다. 키가 크고 팔이 긴 강 감독을 위해 국내 맞춤형 골프클럽사인 MFS가 드라이버를 제작해줬다. 강 감독은 “1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하기 전이 가장 떨린다”며 “첫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에만 떨어지면 그날 스코어가 잘 나온다”고 했다. 그는 “배구에서도 강한 스파이크로 상대방의 리시브를 흔들어놓아야 공격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며 “첫출발하는 우리카드 배구단이 때릴 강 스파이크를 기대해달라”며 웃었다.
아산=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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