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네이버가 '이웃'이 되려면

입력 2013-05-22 17:18
수정 2013-05-22 21:01
양준영 IT과학부 차장 tetrius@hankyung.com


‘따따따(www)’로 시작하는 인터넷 주소를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을 배우는 아이들은 네이버부터 시작한다. 주소를 외울 필요 없이 검색해서 바로 이동한다. 전화는 KT, 전기는 한국전력이듯 인터넷 하면 네이버부터 떠올린다.

다른 점이 있다. KT와 한전은 정부 규제를 받는다. KT는 한전처럼 공기업은 아니지만 시내전화 점유율이 높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규제 대상이다. 이동통신 점유율이 50%를 넘는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반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PC와 모바일 검색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지만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

NHN이 요즘 코너에 몰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경기 성남시 NHN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인 데 이어 NHN비즈니스플랫폼(NBP) 등 핵심 계열사로까지 조사 범위를 넓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이슈인 최근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인터넷 포식자" vs "경쟁 결과"

그동안 인터넷 업계에서는 NHN에 대해 ‘포식자’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NHN이 검색시장에서 얻은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중소벤처기업을 고사시키고, 인터넷 생태계를 황폐화시켰다는 것이다. 대기업 사내벤처로 출발한 NHN은 연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스타트업의 성공신화가 됐다. 반면 부동산 정보업체와 가격비교 사이트들은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몇 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상헌 NHN 대표는 22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미래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독점은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니라, 점유율을 갖고 독점화를 이어가는 게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커닝을 한 것도 아닌데, 성적이 잘 나왔다고 해서 문제를 삼으면 어떡하냐는 얘기로 들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NHN은 부동산 사이트 중에는 대형 금융사 계열사도 있고, 쇼핑몰은 다국적 기업 이베이(G마켓·옥션)와 경쟁한다며 골목상권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변한다. 또 인터넷은 이용자가 원하면 언제든 다른 사이트로 옮겨갈 수 있고, 시장 진입도 자유로운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사업자가 세 곳 뿐이고, 시장 참여가 제한된 통신시장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맏형'의 책무 고민해야

공정위는 과거에도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옛 방송통신위원회도 NHN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NHN의 점유율이 높은 것은 맞지만, 시장을 획정하는 게 쉽지 않아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를 통해 불공정 행위가 나타난다면 처벌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규제 만능주의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NHN이 업계에서 인심을 잃고 정부의 압박 대상이 된 것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NHN처럼 시장 점유율이 높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엄청난 사회적 책임을 갖고 기업을 운영한다.

인터넷기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NHN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도 공정위 조사 때문에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펀드 조성 같은 상생 방안 몇 개를 내놓기보다는 ‘인터넷 맏형’답게 국내 인터넷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양준영 IT과학부 차장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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