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없는 그곳…'판도라 상자' 열렸다

입력 2013-05-22 17:16
수정 2013-05-23 01:37
인사이드 Story - 한국인 245명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뉴스타파·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1차 공개
"이수영 OCI 회장·조욱래 DSDL 회장 등 포함"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퇴직 언론인 등이 설립한 인터넷뉴스 뉴스타파는 22일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 245명의 명단 중 일부를 공개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나머지 명단도 추가적인 확인을 거쳐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오너나 주요 임원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전후해 급증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거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상 조세회피나 자금흐름 추적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향후 명단공개가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있다.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발표한 한국인은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미술관 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 씨, 조석래 효성 회장의 막내동생인 조욱래 DSDL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 씨 등 총 5명. 이 회장의 경우 2008년 4월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회장 부부는 이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다른 조세피난처 지역에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석환 OCI 총괄전무는 “가깝게 지내던 해외은행 프라이빗뱅커가 영업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해 계좌를 튼 것”이라며 “조세피난처 의심을 받을 수 있어 몇 년 전에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회장의 부인 이씨는 2007년 6월19일 버진아일랜드에 ‘카피올라니 홀딩스’를 설립했다. 이씨는 유일한 주주이자 단독 이사였고 주당 1달러에 자본금 5만달러 규모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으로 인가받았지만 실제 납입자본금은 1달러, 발행주식은 1주에 불과했다.

조욱래 회장 부자는 2007년 3월15일 버진아일랜드에 ‘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한국인의 조세피난처 진입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크게 늘어났다”며 “한 명이 5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자료 분석 착수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업체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명의 고객 명단과 12만20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알아낸 것. 뉴스타파는 당초 원본 자료를 입수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취재를 통해 한국인 명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이 공개됨에 따라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닌 만큼 이들의 탈세 혐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매우 유용한 정보임에는 틀림없는 만큼 정밀 검토를 거쳐 조사착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임원기/고은이 기자 wonkis@hankyung.com

■ 조세피난처

법인세 소득세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장소.

외국환관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자금세탁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버뮤다제도, 홍콩, 스위스, 쿡아일랜드 등 50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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