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상공인의 절규…"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땐 사업 못한다"

입력 2013-05-22 17:10
수정 2013-05-23 01:34
전국 상의 회장단 공동성명
14만 상공인의 절규…5대 요구사항 발표

과도한 노동·환경 규제로 부담 가중
엔低 고통 심각…정부 지원 더 늘려야



“엔저 현상에다 북한 리스크로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불안한데 통상임금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 기업 경쟁력은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박흥석 광주상의 회장)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노동·조세 제도와 경제민주화 입법은 기업을 더 어렵게 해 부도 발생률을 높일 것이다. 노동이나 조세 문제는 경기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고 나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손종현 대전상의 회장)

22일 광주상의에서 열린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는 최근의 반기업 정서에 대한 불만과 절박한 심정을 담은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26일 경제5단체가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중소 상공인들까지 정치권이 추진 중인 경제·노동 관련 법안을 수정·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통상임금 법령 재정비해야”

회의 참석자들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는 와중에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늘리는 최근의 정치권 움직임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근로시간의 급격한 단축, 비정규직·사내하도급 규제 강화 등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입법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장단은 공동발표문에 △과도한 노동·환경 규제 입법 자제 △규제개혁 추진 △엔저 현상 적극 대응 △기업하기 좋은 조세환경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 등 5대 요구 사항을 담았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투자와 소비, 수출이 모두 부진하다”며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이나 통상임금 소송, 대체휴일 법제화와 같은 현안들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장단은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통상임금 문제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실시된 긴급 설문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참석자의 76.5%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답했다.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으로는 ‘법령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74.6%)는 의견이 다수였다. ‘대법원이 현실을 고려해 노사가 합의한 임금체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23.9%)가 뒤를 이었고 ‘개별기업 단위로 소송’은 1.5%에 그쳤다.

○“규제 완화로 투자 유도해야”

상공인 대표들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투자하기 좋은 환경 마련, 엔저 대책, 지역경제 활성화의 필요성 등을 주문했다. 회장단은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면 대규모의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특히 성장이 유망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보건의료, 관광 등 서비스 부문에서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도록 규제를 완화해 국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또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 수출감소가 우려되고 일본과 경쟁하는 철강 석유화학 기계 가전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엔저로 자금 부족과 수출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강도 높은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경남 지역의 한 참석자는 “지역경제와 밀접한 건설업 조선업의 일감 부족과 유동성 악화로 지방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철도 도로 댐 등 낡은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조선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 부문에서 선박 조기 발주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상속세법을 시급히 보완해 중견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해영/광주=최성국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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