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기생충인 간흡충에 감염된 사람이 9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것 또는 민물고기를 즐겨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 습성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9000가구 약 2만4400여명을 대상으로 장내기생충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간흡충 감염자가 93만 2540명, 감염률이 1.86%로 나타났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감염율(약 1%)보다 높은 수치다.
이원자 국립보건연구원 말라리아·기생충과장은 “지난 2008년 중국 발표를 보면 중국의 간흡충 감염률은 1%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두 배인 2%”라면서 “날 것을 많이 먹는 식습관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간흡충 감염은 간암의 원인이 되는데, 일반적인 해충약으로는 예방이 되지 않는다. 보건당국은 대변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되면 즉시 전문치료제를 복용하거나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내기생충은 민물생선을 날로 먹거나 도마나 칼에 남아 있던 기생충 또는 기생충알이 손이나 다른 채소류에 오염됐을 경우에 감염이 많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시도 중 장내기생충 감염률이 가장 높은 곳은 8.54%인 경북이었고, 전남(7.56%), 경남(6.98%), 광주(5.86%) 등도 높은 편이었다.
경북과 전남은 장내기생충의 숙주인 민물고기가 풍부하게 서식하는 낙동강과 영산강을 끼고 있어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신형 국립보건연구원 말라리아·기생충과 연구관은 “5대강 유역 주민 가운데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40대 이상 남성은 감염률이 10%에 가깝다”고 말했다. 반면 강원도의 장내기생충 감염률은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0.09%였다. 조 연구관은 “강원도에는 1급수에 가까운 깨끗한 하천이 많은 데다, 주민들이 기생충에 잘 감염되는 민물생선을 거의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률이 낮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자주 검출되는 민물고기는 참붕어, 돌고기, 갈겨니, 몰개 등이다. 송어와 숭어는 양식산이 많아 감염의 위험이 낮은 편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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