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보험 연도대상] 35만인의 꿈 '보험왕'…그 비결은 '정도 영업'

입력 2013-05-22 15:35
걸어다니는 中企
年매출 300억·고객만 3000명…사무실·개인 비서·車 지원 혜택

보험으로 감동·신뢰준다
계약서 토씨까지 2~3시간 설명…고객에 재테크·자녀교육 강연도



‘1인 연 매출 300억원, 하루 최대 체결 계약 9건, 관리 고객 3000명.’

올해 각 보험사를 대표하는 보험의 달인들이 일궈낸 범상치 않은 실적이다. 보험사들은 매년 4~6월 소속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연중 가장 큰 행사를 연다. 최고 영업실적을 올린 설계사들을 격려하는 연도상 시상식이다.

보험왕은 설계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적을 이끄는 일등공신이다. 이들은 보통 판매한 수입보험료의 5~10%를 소득으로 받는다. 보험왕은 전부 억대 연봉을 자랑하고, 회사에서는 임원급 대우를 받는다. 전용 차량과 비서를 두고 있는 보험왕도 많다.

과거 보험왕들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계약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오랫동안 고객과 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기부나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되돌려주는 일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지 못하는 보험왕. 이들이 받는 혜택과 영업 비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차량 지원에 사무실까지

보험사들은 보험왕들에게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등 특별 관리하고 있다.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다. 연도상 시상식에서 보험왕과 그의 가족은 최고급 호텔 숙박과 드레스, 화장 서비스 등을 제공받는다. 흥국생명은 매년 유럽 여행을 보내주고 있다.

전국 35만명에 이르는 설계사 중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만큼 보험사에서 받는 지원도 다양하다. 삼성생명은 3년 전부터 소속 설계사 중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면 명예 사업부장으로 위촉하고 있다. 영업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차량도 지원한다. 지점 내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비서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다. 다른 보험사들 역시 차량, 사무실, 비서 등을 제공해 보험왕이 영업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입 올리는 만큼 지출

보험왕 중에는 연 10억~2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입의 절반가량을 다시 영업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번 돈의 대부분을 고객과 기부·봉사활동에 사용하는 보험왕도 있다.

많은 보험왕들이 호텔을 빌려 재테크 세미나와 우량 고객(VIP)을 위해 강의한다. 고객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자녀교육 상담까지 진행해 중장기적인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기도 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친목 모임을 만들거나 골프대회를 여는 보험왕도 있다. 계약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입 소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인 만큼 고객과 오랫동안 신뢰를 쌓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보험왕들은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도 영업이 비결

전문성과 성실함은 보험왕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여기에 정직함과 진심을 담은 영업은 이들을 오래도록 보험왕 자리에 머물게 하는 필수 요소다. 길게는 10년 넘게 보험왕 타이틀을 놓치지 않는 설계사도 있다.

보험왕들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 수십명의 고객을 만나고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달려간다. 30년간 보험 영업을 하면서 보험왕만 일곱 번을 차지한 강순이 교보생명 설계사 (명예전무)는 “진심을 담으면 어느 고객과도 통할 수 있다”며 “보험 상품을 파는 것보다 감동과 신뢰를 주는 게 우선”이라는 영업 철학을 전했다.

보험왕들은 완전 판매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분 단위로 이동하는 보험왕들이지만 고객을 만나 보험 상품을 설명하는 데는 평균 2~3시간이 걸린다. 보험 상품 가입 안내서에 있는 작은 글씨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수익률의 근거, 수수료 체계 등도 일일이 얘기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보험왕을 통해 가입한 사람들은 해약하는 일이 거의 없다. 삼성화재에서 챔피언 4회, 판매왕 9회를 수상한 우미라 리스크 컨설턴트는 “20년 가까운 기간에 ‘정도 영업’을 최고의 목표로 삼은 게 영업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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