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가와 유키코 日 와세다대 교수 인터뷰
아베의 성장·기업친화 정책 과거 민주당과 매우 달라
환율·채권 통제 벗어날 조짐…일본 내부서도 경고 목소리
제때 출구전략 준비 안하면 아베노믹스는 실패할 것
“20년 동안 공부를 전혀 안 하다가 갑자기 우등생이 되려고 한다.”
일본 경제 전문가인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가 21일 기자와 만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로 대표되는 일본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이같이 비유했다.
그는 “1990년대 자산거품 붕괴 이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실시한 경제정책 중 실제 성공한 게 하나도 없다”며 “일본 정치권이 마치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끝내야 한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 참석,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제 개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의 민심이 민주당을 떠난 게 자민당이 재집권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며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성장과 세계화를 중시하고 기업친화적 정책을 펼친다는 점에서 과거 민주당 정권과 매우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아베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인위적으로 엔저(低)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한국에서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일본은 현재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이 경제 위기를 넘길 때 거치는 단계를 똑같이 경험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은 일본과 실익 없는 가격 경쟁을 피하는 대신 품질 강화와 혁신, 체질 개선과 같은 비(非)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일본 내에서 급격한 엔저와 일본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이제 충분히 그런 반응이 나올 때가 됐다”며 “일본 내에서도 환율과 채권시장 움직임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본이 제때 출구전략을 준비하지 않으면 아베노믹스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산하 자문위원회는 최근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서 “일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계속 산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다”고 경고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 정부의 재정 개혁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일본 재정에 대해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국채 이자율 급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 국채시장은 대마불사”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본 경제가 흔들리면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시장이 무너지도록 두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카가와 교수는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야스쿠니 신사는 다를 바 없다”는 아베 총리의 말로 대변되는 일본 정부 인사들의 잇따른 망언에 대해 “한마디로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7월 참의원 선거 이후엔 아베 총리도 아시아 통합을 중시하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입조심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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