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경영학] 과거 성공방정식 버리고 리더십 '리셋'하라

입력 2013-05-21 17:52
수정 2013-05-22 05:23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다 (끝) 채수일·이병남 BCG대표 인터뷰
한국경제·보스턴컨설팅그룹 공동 기획

위기시대엔 사업 집중화보다 다각화 유리…한국판 잡스 많이 배출하려면 규제부터 정비를



한국경제신문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와 함께 지난 3월18일부터 ‘S&F(Success & Failure)경영학’ 시리즈를 연재했다. 집카 리온델바젤 등 북미화학 기업, 벡텔 HSBC IBM 등의 성공 사례와 소니 노키아 아르셀로미탈 야마토생명 도요타 등의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BCG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수립한 ‘게임 체인징 프로그램’이 사례 분석의 바탕이 됐다. BCG는 기업 스스로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장서 승자로 살아남는 법 △우뇌로 경영하라(창조경영) △성장 방정식-10조달러의 상금을 노려라(신흥시장과 미래사업 발굴) △조직의 다른 근육을 찾아라(기업 체질 개선)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라(개도국의 인프라 시장 공략) △100년 기업의 리더십을 갖춰라(영속 성장을 향한 리더십) 등 다섯 가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채수일·이병남 BCG 서울사무소 공동 대표로부터 한국 기업이 활용해야 할 성장전략을 들어봤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휴대폰 등 특정 부문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채수일 대표=‘BCG 매트릭스’는 산업을 점유율과 성장성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점유율과 성장성 둘 다 높으면 ‘스타(star)’, 성장성만 높으면 ‘물음표(question mark)’, 점유율만 높으면 ‘캐시카우(cascow)’, 둘 다 낮으면 ‘도그(dog)’입니다. 주력 사업도 결국 ‘캐시카우’로 바뀌게 됩니다. 삼성그룹의 의료기기 사업 육성처럼 ‘물음표’에 대한 투자를 늘려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이병남 대표=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사업 집중화보다 다각화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 쪽이 부진해도 다른 쪽에서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주력인 철강이 아닌 에너지와 소재 쪽을 강화한 포스코의 사업전략도 이런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우뇌로 경영하라’로 창조경영을 강조했습니다. 요즘 화두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합니까.

-채 대표=기존의 틀과 정서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창업가 정신을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의 제도와 정서는 창업가 정신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고등 교육을 받고, 대기업에 가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나오려면 달라져야 합니다.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새롭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 대표=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한정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 몇몇 업종에 투자가 몰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삼성이 국가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은 좋은 본보기입니다.

-채 대표=글로벌 인재 확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업종별로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최고경영자(CEO)는 10~20년 뒤에도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세계화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글로벌화의 성패는 인재에 따라 좌우됩니다.

▷산업계에서 ‘갑을 관계’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하청기업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을지요.

-채 대표=공동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갑을 관계는 국내 기업 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한국에 진출했던 많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떠났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갑의 입장에서 수수료를 많이 깎았기 때문이죠. 단기적으로 비용은 절감했겠지만,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좋은 딜이 있어도 한국에 가져오지 않습니다. 서비스를 받는 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금융지주나 공기업 성격의 기업 수장을 임명하는데 정부 입김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채 대표=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인사부터 세계 표준에 맞춰야 합니다. 물론 정부도 얼마든지 좋은 CEO를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주도의 인사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인사에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친다면 시장은 더 안심하게 될 것입니다.

▷대체휴일이나 정년 연장 등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입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합의로 분배를 강조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한국도 성장보다 분배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런 공감대가 확실히 이뤄져 있는지, 또 그것이 지속가능한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BCG의 5대 게임 체인징 이론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이 대표=‘100년 기업의 리더십을 갖춰라’에서 강조한 영속성을 꼽고 싶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을 했기 때문에 외부 변화에 대한 내성이 약한 편입니다. 한 번의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채 대표=다섯 가지 모두 중요합니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는 순식간에 대박이 나거나 쪽박을 차게 되는 살벌한 승자독식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먼저 하느냐 늦게 하느냐의 차이가 기업 운명을 바꾼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5가지 게임 체인징이 시장 판도 바꾼다

‘게임 체인징 프로그램’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의 시대에 기업들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를 정리한 것이다. 조직 체질 개선 등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조언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 전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시대와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BCG는 강조한다. 5대 실천 과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종합 분석한 후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뇌로 경영하라’는 창조경영을 강조했다. 격변기에 가장 필요한 경영 가치 중 하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지 않으면 변화의 시대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진정한 리더는 창의성을 무기로 게임의 판도를 바꾼다. BCG 창립자인 브루스 헨더슨은 “모든 조직은 마치 생물체처럼 환경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며 “창조와 개발을 자극하는 우뇌 경영을 통해서만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조달러의 상금을 노려라’는 신흥 시장과 미래사업 발굴을 주문한다. 호황기에는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가져온 불황에는 인도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기회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BCG는 주목할 만한 성장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과 기술 교환, 신제품 출시, 새로운 공급업체 관계 관리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의 다른 근육을 찾아라’는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업이 커질수록 관리 인력도 많아진다. 그러나 관리 인력의 증가는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군살을 제거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는 조직과 사업을 단순화시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라’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시장 공략을 조언한다. 사업 기회는 인터넷과 디지털 등 첨단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개도국의 교량, 도로, 철도, 공항 등 건립은 여전히 중요하다. 개도국 발전이 지난 10여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CG는 2030년까지 개도국 도시화를 위해 총 350억달러가량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100년 기업의 리더십을 갖춰라’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CEO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지속가능한 사업을 찾아야 한다. 최신 경영 이론만 맹신하거나 단기적인 성과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불황 속에서도 10년과 20년 뒤를 생각해야 한다는 게 BCG의 충고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채수일 대표(50)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전자공학 학·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BCG서울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2007~2011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금융서비스 분과를 총괄했다.

■이병남 대표(50)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서울사무소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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