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아베노믹스'로 다시 불붙은 통화전쟁

입력 2013-05-21 11:06

경제전선에서 국가 간 총성 없는 통화(환율)전쟁이 벌어지고있다. 환율전쟁의 본질은 통화가치를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힘겨루기다. 서로 다른 통화 간의 교환비율인 환율은 기본적으로 통화의 구매력이 결정한다. 1달러로 빵 1000개를 살 수 있고, 1원으로 같은 빵을 1개밖에 못 산다면 동일한 단위(1달러, 1원, 1엔 등)로 비교한 달러의 구매력은 원화의 1000배가 된다. 이 구매력의 차이가 바로 환율이다. 원화가치 평가절상으로 900원을 주고도 1달러와 교환이 가능하면 환율은 900원으로 낮아진다. 원화가치와 원달러 환율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치다.

일반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엔 도움이 되고 물가엔 부담이 된다.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상승하면 원화가치가 달러당 100원 하락했다는 의미다. 이 경우 국내 기업이 1달러어치를 미국 시장에 수출한다고 가정할 때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나고 채산성도 호전된다. 반면 수입업체가 상품 1달러어치를 수입하려면 100원을 더 줘야 하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박을 받는다.

따라서 수출을 늘리려는 나라는 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유리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나라는 통화가치가 오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려면 금리를 낮춰야 한다. 금리를 낮추면 해당 통화의 가치도 함께 떨어진다. 올들어 유로존 한국 호주 등 주요 국가나 경제블록이 일제히 금리를 내린 것은 저금리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도 있지만 자국의 통화가치를 수출에 유리하도록 하락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금리인하와 통화전쟁이 맥을 같이하는 이유다.

금리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낮을 경우 양적완화 정책을 쓴다. 중앙은행이 주로 국채나 모기지 채권 등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수차례 이 카드를 써먹었고, 사실상 제로(0)금리인 일본의 아베 정부는 양적완화로 ‘잃어버린 20년’의 돌파구를 찾겠다며 통화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물론 금리인하·양적완화로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것이 경기회복의 만능키는 아니다. 경제대국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면 지구촌은 인플레로 신음할 것이 뻔하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진 나라는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국가 간 무역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수출증대를 ‘근린 궁핍화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4,5면에서 통화전쟁의 양상, 저금리의 역설, 아베노믹스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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