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
“산업은행이 손실을 부담하라고요?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나중에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를 받으며 보는 피해는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요즘 산업은행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이야기다.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손실을 부담하라고 밀어붙이는 데 대한 하소연이다.
정부는 STX그룹 지주사인 (주)STX에 대해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체결하도록 한 데 이어 STX팬오션을 산업은행 사모펀드부(PE)가 인수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강도가 셌던지,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이대로는 STX팬오션을 인수할 수 없다”며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나 사모펀드 투자자가 손실을 보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일부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인 만큼 기업 구조조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STX그룹을 살려야 한다는 데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도 홍 회장이 ‘강성 발언’을 한 배경에는 산업은행의 뿌리 깊은 ‘감사원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
2009년 시작된 금호그룹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안 발표 30분 전에 사모펀드를 구성해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하겠다는 문구를 집어 넣었다. 당초 실무진이 작성한 구조조정안에는 없었던 한 줄을 추가한 이유는 정부의 압박 때문이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한 줄이 화근이 됐다. 감사원은 2011년 10월 “금호생명 인수로 산업은행에 2589억원의 손실 발생이 우려된다”고 발표하고 담당자 징계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는 곧바로 전·현직 산업은행 임직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국회 질타도 이어졌다. 실무자들은 ‘물에 빠진 사람 건져내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억울해 할 수밖에 없었다.
홍 회장이 참석했던 서별관회의 결론은 싱거웠다. 정부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알아서 하는 게 좋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책임을 면하도록 해주겠다’고 했다가 본인들이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산업은행 직원들이 “공(功)은 정부가 챙겨도 좋으니 과(過)를 떠넘기는 일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데 공감하게 되는 이유다.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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