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현재 안락함의 토대는 과거의 경험…흘러간 것들에 관심 소홀히 해서야
정창선 < 중흥건설 회장 kyj4668@naver.com >
몇 년 전에야 들은 이야기인데, 사업 초기 직원들은 나를 ‘고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회사의 임원들이지만 사업 초기 직원으로 일하면서 그렇게 별명을 붙여 부른 모양이다.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면 만족할 때까지 다시 하고 또다시 하고, 그냥 묻어버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설계를 수십 번 뜯어고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니 아주 고집불통 사장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고집 센 사장이 됐고, ‘고사’라는 별명을 지어 불렀다던데, 생각해보니 이러한 집에 대한 애착은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인 것 같다. 과거의 주거 문화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그때는 부엌과 화장실은 집 밖에 있었고 거실 안방 작은방의 구분이 없었을뿐더러 온 가족이 방 하나에서 잠을 자야 했다. 새벽에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면 주무시던 어머니를 흔들어 깨워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생각해보면 오늘날 주택의 가장 큰 변화는 화장실 같다. 화장실은 삶을 사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며, 깨우침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엔 집 밖 가장 구석진 곳에 있어 집 안의 숨겨진 곳, 즉 뒷공간에 있다 해 ‘뒷간’이라 불렀다.
1960년대, 막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나는 재래문화와 도시화 사이에서 ‘뒷간’이 ‘화장실’로 변화하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뒷간’이 은밀한 곳이 아닌, 주거의 한 부분으로 집안으로 들어와 주거의 변화에 기여하며 안락한 삶을 제공해주기 시작했다.
오늘날 주택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에서 개인적인 시간도 갖고, 거실에 모여 가족과의 시간도 함께 보내며 개인 또는 공동의 생활을 하고 있다. 과거를 바탕에 두고 현재라는 시간에 맞게 빚어진 집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 한 채의 집을 짓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준다고 믿기에 사소한 것이라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고 회사를 이끌어 왔다고 믿는다.
공자의 말 중에 ‘옛것을 알고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라는 구절이 있다. 흔히 말하는 ‘온고지신’이다.
현재의 이 안락함은 과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결국 모든 삶의 토대는 과거로부터 이어온 것으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말처럼 흘러간 것들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변화’는 모든 순간을 영위하며 이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쌓여 앞으로의 발전을 제시할 ‘스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창선 < 중흥건설 회장 kyj466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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