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얼굴담당 임시완 "직장인들 '을'의 설움 연기로 달래 드릴게요"

입력 2013-05-15 17:31
수정 2013-05-16 08:33
모바일 영화 '미생' 주인공 캐스팅



미생(未生).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를 뜻하는 이 단어는 지난해부터 직장인들을 열광하게 하는 말로 자리했다. 출퇴근길 스마트폰으로, 또는 회사 업무 중 작업하던 엑셀 파일 밑에 깔아놓고 몰래 보는 웹툰의 대표주자 격이 된 ‘미생’은 이 시대 평범한 직장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회사 내 에피소드를 바둑 대국과 비교해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직장 생활의 교본’으로 등극했다.

그런 ‘미생’이 실험적인 영화로 거듭난다. 작품 속 주요 인물 여섯 명의 프리퀄(원작보다 앞선 이야기를 담은 영화)을 담은 영화 ‘미생’은 각각 5분 분량, 총 6편의 단편 옴니버스로 구성돼 모바일로 공개된다. 원작에서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다 입단에 실패한 후 무역회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하는 주인공 장그래는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 임시완이, 엘리트 신입사원 안영이는 신예 김보라, 오과장 역은 조희봉이 각각 맡았다. 2AM의 창민은 장백기 역으로, B1A4의 바로는 영찬을 연기한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미생’ 포스터 촬영 현장에서 만난 장그래 역의 임시완은 “원작과 싱크로율이 맞아야 하는데 걱정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원작 속 주인공의 무게감이 큰 만큼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다행인 것은 프리퀄에서는 입사 전 백수 시절 장그래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실제 자신과의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라고.

“회사원이 되기 전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겉도는 장그래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실제 저와 비슷한 면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회의감을 느끼고 방황하던 시절이 생각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다고 할까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라는 막막함을 느낄 때 있잖아요. 사실 그런 감정은 살면서 누구나 수십 번씩 겪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웃음)

웹툰 ‘미생’은 캐스팅이 된 이후에 접하긴 했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 왜 그렇게 큰 지지를 받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고.

“특별할 게 없는 보통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크게 느껴졌어요.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나와서 피부로 와 닿는 점이 많았죠. 저도 남들보다 좀 특이한 직업을 가졌을 뿐, 회사원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아요. 수습사원처럼 열심히 연습생 생활을 거쳤고 지금도 조직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 또한 직장인이니까요.”

이 작품은 이제 서른을 갓 넘긴 김태희, 20대 후반의 손태겸 등 젊은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아 연기자로서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귀띔한다.

“‘미생’ 세대가 만드는 ‘미생’이라는 작품 콘셉트가 딱 맞는 것 같아요. 사회인으로서 적응하는 데 적잖은 성장통을 겪는 20~30대 동시대 젊은이들이 직접 만들고 연기한다는 점에서도 더 의미 있게 느껴지고요. 또래 친구들에게 작은 위로, 또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희망을 준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 같아요.”

아이돌 그룹 멤버에서 지난해 MBC ‘해를 품은 달’로 얼굴을 알린 후 조금씩 연기자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도 스스로 ‘미생’ 속 신입사원 장그래에게 사뭇 친근감을 느끼는 이유다.

“아직 모든 게 서투르지만, 그래서 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저나 장그래나 내일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지 않을까요?”(웃음)

글=장서윤 텐아시아 기자 ciel@tenasia.co.kr

사진=채기원 텐아시아 기자 te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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