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불법' 잘못된 주장…전원 정규직화는 현실성 없어…고용유연성 확보한 독일을 보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현대자동차 본사 주변은 어제(15일)도 아수라장이었다. 하청노조가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대규모 상경시위를 벌여서다. 벌써 세 번째다. 정규직 노조의 휴일특근 거부로 이미 1조원을 허공에 날린 현대차다. 여기에 하청노조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이러다 회사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6800여명이다. 그 가운데 해고자 200여명을 포함한 1500명으로 구성된 것이 하청노조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조는 아니지만 회사로서는 보통 골칫거리가 아니다.
하청노조의 주장은 ‘전원 정규직화’다. 사내하청 근로자 최병승 씨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근거로 컨베이어 방식의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사내하도급은 원천적으로 불법이니 전원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컨베이어 방식이면 사내하도급이 불법이라, 과연 그럴까.
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독일 라이프치히는 동독 시절 최고의 공업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자동차공업 도시로 급성장하고 있다. 포르쉐도 카이엔, 파나메라 같은 최고급 자동차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이 요즘 신이 나 있다. 설립 10년 만에 생산 50만대를 돌파한 성과를 감안해 본사가 신규 전략차종인 마칸을 투입하기로 해서다. 당연히 신규 채용이 뒤따른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기존 인력보다 많은 1400개다. 그러나 지난달 나온 신규 채용 공고는 의외였다. 채용 공고의 주체가 포르쉐가 아닌 아우토비전(Autovision)이라는 회사가 아닌가.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독일 내 21곳에 지사를 운영하면서 1만4000여명의 파견 및 도급직 근로자를 공급하고 있는 회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폭스바겐의 100% 자회사라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폭스바겐그룹이 인력파견회사를 직접 세워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는 물론 해외 자회사인 스코다 세아트 벤틀리 등에까지 인력을 파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근로자들의 시각으로는 정말 몹쓸 회사다. 그러나 현지에 그런 비난은 없다. 이런 제도가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특정 계열사의 특정 공장이 어려움에 처했다 하자. 그러면 그 공장의 인력을 줄여 경영 부담을 덜어주고 유휴 인력은 다른 공장에 재배치한다. 회사도 살고 근로자도 사는 시스템이다. 근로자들이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남는 것도 아니다. 회사의 경영 상태가 좋고 특정 공장에 인력을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개인의 뜻을 물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거의 없는 것도 사내하도급을 인건비 줄이기가 아닌, 고용유연화를 위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 노조 탓에 같은 공장 내 라인 전환배치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현대차와는 대조적이다.
하청노조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독일은 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까 그런 것이고, 우리는 대법원이 판결했으니 자동차공장의 사내하도급은 불법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근로자 한 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다른 근로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할 수 없으며, 이를 일반화시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화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현대차 울산공장 51개 사내하도급업체 중 생산 관련 공정 19개 업체에 대해서는 적법 도급을 인정했다. 노동계 주장과는 180도 다른 판정이다.
현대차는 하도급 근로자 3500명을 2016년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착실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청노조는 ‘전원 정규직화’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라는 비현실적인 구호만을 외치며 철탑농성과 상경투쟁을 거듭하고 있다.
굳이 엔저에 따른 현대차의 경쟁력 약화를 말하고 싶지 않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통계 수치를 끌어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머지 않은 과거라도 되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대차가 세계시장에 제대로 얼굴을 내민 것이 언제부터인지. 일감이 없어 수천 명의 근로자가 거리에 나앉은 15년 전을 기억하는지. 직업적 노동운동 세력에 휩쓸려 스스로가 자신들의 설 땅을 좁혀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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