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 고급 외제차의 구입 가격을 조작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탈루한 수입차 판매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수입차 구입 가격을 허위 신고해 3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수입차 판매업자 오모씨(30)와 무등록 행정사 정모씨(37), 허위서류를 묵인하고 등록해 준 자동차등록사업소 공무원 장모씨(44)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들은 2007년부터 2008년 2억~3억원을 호가하는 벤츠 벤틀리 페라리 등 억대 외제차 30여 대를 자동차등록사업소에 등록하면서 이를 1000만원에 구입했다는 위조 서류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3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 등 수입차 딜러들은 외제차가 필요한 이들에게 “병행수입으로 차를 들여오면 취득세와 등록세를 적게 낼 수 있다”고 손님을 끌었다. 이들은 자동차 구매자들과 캐피탈업체 사이에 리스 계약을 맺게 해준 뒤 무등록 행정사를 통해 차를 대당 1000만원에 구입했다는 허위 서류를 경기도 A시의 자동차등록사업소에 제출했다. 2억8000만원에 수입돼 국내에서 3억4000만원에 판매된 페라리 스파이더 F430은 취득세와 등록세를 2380만원 정도 내야 하지만 구입가격을 1000만원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부과된 세금은 70만원에 불과했다. 등록사업소 공무원들은 수입면장이나 차종별 표준가액 등을 확인해 이들이 신고한 차량 가격이 적절한지 확인해야 했지만 다른 시도 관할의 자동차는 등록을 해도 자신의 자치단체 세수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련 서류를 엄격하게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리스 기간이 끝난 외제차를 중고 구입한 사람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등록 문제점이 드러나 해당 차량 등록이 말소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식으로 유통된 외제차들이 중고로 거래될 때 최초 등록시 문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추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가의 외제차를 자신 명의로 구입하는 것을 꺼렸던 사람들이 이들의 주요 고객이었다”며 “수입가를 조작해 국내로 들어오거나 등록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해 세금을 적게 낸 차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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