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 익스포저 과도와 업황 악화에 자금줄 대지 않기로
한화 "유증 통해 RBC올릴 수 있는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강조, MBK 자금력 높지만 사모펀드 약점
보고펀드, 교보생명 등 대부분 후보자들 "실사전에 비해 실사후 ING매력도 떨어져" 인수전 인기 '시들'
이 기사는 05월12일(13: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인수·합병(M&A)계의 ‘큰 손’ 국민연금공단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에 돈을 대지 않기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능력이 풍부한 한화생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양강 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에서 투자나 인수금융 주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 ING 본사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국법인의 경영권을 올해까지 매각키로 결정해 현재 한화생명, MBK, 동양생명, 교보생명, 씨티벤처캐피탈(CVC), 루터PEF 등이 인수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저금리에 따른 보험회사의 영업환경 악화와 자체 보험회사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과도해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미 보고펀드, 동양생명에도 투자가 돼 있고 KDB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보험사에 투자된 돈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투자 회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대형 M&A에서 인수후보자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오던 국민연금이 빠짐에 따라 일부 국민연금과 같은 투자 행보를 보여온 일부 연기금들도 인수전에 돈을 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한화나 MBK외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다른 인수후보자들에게 다소 불리하게 판세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과거 코웨이, 하이마트 인수전에도 참여했고 SK, 롯데, KT&G, KT, GS건설, 동원 등과 M&A를 위한 코파(Co-Pa: Coporate Partnership)펀드를 결성하는 등 국내 M&A계 ‘젖줄’역할을 해왔다.
국민연금과 연기금의 도움없이도 ING생명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많은 한화생명은 PEF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큐캐피탈이 지분투자(Equity)를 담당하고 산업은행이 인수금융(Loan)을 맡기로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ING생명을 인수한 후에도 추가 증자를 통해 보험사 건전성 비율인 지급여력비율(RBC)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인 인수 후보는 한화생명뿐”이라며 말했다. 한화측은 보험사를 지속적으로 경영할 SI후보가 아닌 PEF인 다른 후보는 향후 금융당국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다소 불리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BK는 작년 말까지 15억달러(1조6400억원) 규모의 새로운 펀드조성을 완료했고 내달까지 7억5000만달러(8200억원)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어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쓸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인수금융은 국민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이 맡았고 인수자문은 지난해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 자문을 맡았던 바클레이가 맡고 있다.
ING생명 실사를 진행한 인수 후보자들은 대체로 실사 이전에 비해 실사 후 ING생명에 대한 인수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에 대해 실사를 한 MBK가 최근 저금리와 생명보험사의 업황 악화로 실사 전에 비해 다소 인수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매각 가격도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 KB금융지주가 인수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뒤, 매각가격은 2조2000억원대 이하로 낮아진 상태다.
동양생명을 통해 ING생명 인수를 노리는 보고펀드는 ING생명의 경쟁력을 높인 후 동양생명과 묶어, 보험업이 약한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금융)에 되팔 경우 수익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없고, CVC 역시 직접 인수보다 한화 등 다른 유력한 인수후보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터PEF의 경우 이번에도 작년 KB금융지주 인수시도때처럼 ING생명 경영권 매각이 어렵다고 보고 경영권 인수와는 관계없이 지분 50%만 사들이는 ‘제 3의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ING와 루터PE가 함께 ING생명 한국법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3년 후 지분을 파는 구조다. ING측이 KB금융 때에 이어 또다시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루터PE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ING생명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오는 24일까지 입찰제안서를 개별적으로 받기로 했다. 사실상 본입찰인 셈이다. 매각주관사는 입찰제안서에 인수금융에 대한 투자확약서(LOC)를 첨부하도록 해 인수 가격과 함께 자금조달능력을 주요한 평가지표로 본다는 계획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속보] 급등주 자동 검색기 '정식 버전' 드디어 배포 시작
▶[한경 스타워즈] 대회 전체 수익 2억원에 달해.. 비결은?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