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전통주류업체 배상면주가의 40대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리점주는 본사가 대리점에 제품을 떠넘기는 일명 '밀어내기 영업' 탓으로 10여년 간 빚 독촉에 시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배상면주가 대리점 창고에서 점주 이모씨(4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남양유업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고 대리점주 권리금을 노린 밀어내기 영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사를 많이 했다'는 유서 형태의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03년부터 인천 부평구에서 '산사춘' 등으로 유명한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을 운영했는데 본사가 신제품 막걸리를 출시한 2010년부터 밀어내기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현재 본사에 1억원 이상 빚을 지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 영업 행태를 유서로 비난한 만큼 배상면주가의 위법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반면 배상면주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류 유통업계 특성상 밀어내기가 불가능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이후 대리점 지역 거점제가 풀리면서 대리점주들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주류는 생산과 판매가 법적으로 분리돼 있는 업종이고 선입 선출 구조로 유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돈이 들어 오지 않으면 물건이 나갈 수가 없다"며 "최근 공정위가 대리점 지역 거점제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리면서 대리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매출 하락에 대한 압박이 있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리점 지역 거점제란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대리점만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업체 입장에선 대리점주들로부터 높은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명목이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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