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겪는 만성적인 자금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전문 지원기관 ‘4총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보험 신용보증보험 SGI서울보증이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보다 정책자금을 대폭 늘리고 지원 대상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4인4색’ 맞춤형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소상공인 창업·경영에 5000억…실패한 중기인에도 400억 지원
◆‘패자부활전’ 중기진흥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박철규)은 올해 중기·벤처 지원을 위한 정책자금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4조8700억원을 마련해 놓고 있다. 지난해보다 1조2470억원(34.4%) 늘어난 규모다.
종류는 창업기업지원자금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신성장기반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 수출금융지원자금 사업전환자금 투융자복합금융자금 경영안정자금(이차보전) 소공인특화자금 소상공인지원자금 등 10개다.
이 중 창업기업지원자금은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성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재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이다. 융자 조건은 업력 5년 미만의 중소기업 및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가로 정책자금보다 0.3%포인트 낮은 금리로 지원된다.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자금도 400억원 배정돼 있다. 사업 실패로 전국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라 연체 등의 정보가 등재(등록 및 해제사실)돼 있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져 저신용자로 분류돼 있는 기업인이 대상이다. 사업 실패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기업인 중 재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재창업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기업인이 대상이다. 중진공이 기업 내용과 기업인의 도덕성을 평가한 뒤 직접 대출하거나 은행을 통해 대출한다. 신용불량인 경우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심사를 통과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소공인의 시설투자 및 경영안정 지원을 위해 2500억원, 소상공인의 창업과 경영안정 지원을 위해 5000억원이 마련돼 있다.
기술·산업융합 특례보증…올해 3000억 규모로 확대
◆기보의 ‘기술금융’ 제도
기술보증기금(이사장 김정국)은 2006년부터 지식재산 기반의 기술금융 제도인 ‘특허기술가치연계보증’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특허권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가치평가금액(최대 10억원) 범위 내에서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선진형 기술금융의 대표적인 지원 방식이다. 시행 첫 해인 2006년엔 보증공급 금액이 302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794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총 7866억원의 기술가치연계보증을 공급한 셈이다. 또 지식재산의 사업화 촉진을 위해 올해 2000억원가량의 신규보증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 ‘기술·산업융합특례보증’을 올해 3000억원 규모로 시행할 계획이다. 기술·산업 간 융합을 계획, 진행하고 있거나 융합 성과를 활용해 사업 중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기술융합 단계별로 세분화된 맞춤형 보증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지원 대상 기업은 정부의 융합 관련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거나 최근 3년 이내 성공 판정을 받은 융합 관련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업 또는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나 기보의 융합성 평가 결과 기술 융합이 확인된 기업이다.
보증료를 0.3% 감면하고 부분보증 비율 우대를 통해 은행의 금리 인하를 유도, 중소기업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준다. 지원 신청은 기보의 ‘융합 R&D 센터’를 비롯한 전국 영업점에서 가능하다.
금리 싼 은행 골라 대출 가능…수출계약서만 있어도 특별보증
◆신보 “금리가 싼 은행 고르세요”
신용보증기금(이사장 안택수) 홈페이지(www.kodit.co.kr)에서 ‘온라인 대출장터’를 이용해 금리가 싼 은행을 골라 대출받을 수도 있다. ‘온라인 대출장터’는 중소기업과 은행이 상호 대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기업은 대출 희망 내역을 등록한 뒤 은행들이 제시한 금리 등 대출 조건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곳을 고르면 된다. 은행 지점별로도 비교할 수 있다. 신보는 ‘온라인 대출장터’를 통해 지난해 말까지 2년간 2조7074억원을 지원했으며 대출 평균금리는 제도 도입 전 연 6.22%에서 5.52%로 0.7%포인트 낮췄다.
신보가 운영하는 ‘금리캐스터’를 통해 대출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 금리캐스터는 대출 희망기업이 적용받을 수 있는 적정 금리를 예측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은행들이 더 합리적인 금리를 제시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엔저가 지속되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이들 기업에 대한 보증을 지난해보다 9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특히 아직 수출실적이 없어도 개별신용장이나 수출계약서 등을 보유하고 있는 ‘잠재 수출기업’을 위한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내수시장 침체로 성장 정체 상태에 있는 중소기업의 수출을 촉진할 계획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에 대한 보증도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394개 기업에 8350억원 규모의 회사채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지원한 신보는 올해 2조원으로 목표를 늘려 잡았다. 올해는 또 건설사 자금난 완화를 위해 예년보다 빠른 2월부터 증권 발행을 시작했다.
지방 투자·이전하면 보조금…해외영업 중기에 각종 담보 제공
◆SGI서울보증, 소상공인 무상 신용관리
SGI서울보증은 사무실·공장 등을 지방으로 옮기거나 지방에 투자를 계획하는 중소기업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보조금 반환채무에 대한 보증상품을 통해서다. 2011년 보험료율을 15% 인하한 뒤 보증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가맹점 사업자의 창업 지원 업무도 돕는다. 자영업자의 생계 안정화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다. 가맹점 사업 창업시 원자재 대금이나 로열티 등에 대한 담보로 제공되는 부동산·연대보증인을 대체하는 보증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가맹점 사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0년 81억원에 그쳤던 보증액이 2011년 2188억원, 2012년 2750억원으로 급증세다. 보증 건수도 2010년 505건에서 작년에는 942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소상공인의 신용관리도 무상으로 해주고 있다. 신용등급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금융 관리능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이다. 작년 한 해 동안 6000명이 넘는 소상공인에게 신용정보 조회와 신용변동 알람 등의 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해외영업을 확대하고 싶은 중소기업에도 각종 담보를 제공한다. 작년 말 출시된 복보증(Counter Guarantee Bond)은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에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11월 출시 이후에만 515억원의 보증이 지원됐다. 김병기 SGI서울보증 사장은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서비스를 확대하고 성공적인 경제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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