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사는 왜 뿔피리를 불고 있을까?

입력 2013-05-10 12:40
수정 2013-05-10 17:12
한국미술사교육학회, '미술과 음식문화' 학술대회


(제목)음식 그림을 통해 읽는 동ㆍ서양의 문화



(부제)한국미술사교육학회, ‘미술과 음식문화’ 학술대회







네덜란드의 한 빵집 주인이 창밖을 내다보며 뿔피리를 불고 있다. 창문턱에는 그가 만든 크고 작은 빵들이 놓여 있다. 그는 왜 뿔피리를 불고 있는 것일까.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일까. 아니다. 여기에는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의미가 숨어있다.



김소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오는 11일 ‘미의 식탁: 동ㆍ서양의 미술과 음식문화’를 주제로 열리는 한국미술사교육학회(회장 박은화 충북대 교수) 전국학술대회 발표 논문에서 흥미로운 빵의 사회사를 들려준다.



김 교수는 ‘17세기 네덜란드 미술과 음식: 뿔피리를 부는 제빵사’라는 논문에서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사사로이 집에서 빵을 구울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제빵은 네덜란드 정부의 중요한 세수원이어서 단 한 조각의 빵에도 세금이 붙었다고 한다. 집에서 빵을 만들어 먹었다가는 탈세혐의로 쇠고랑을 찰 수도 있었다. 빵은 오로지 빵집에서만 살 수 있었고 사람들은 끼니때마다 빵집 앞에 길게 줄을 서야 했다. 가브리엘 메취, 욥 베르크헤이데 등이 그린 그림에서 빵집 주인이 뿔피리를 부는 것은 ‘빵이 다 구워졌으니 가게 앞에 줄을 서라’는 신호였다. 빵집 주인이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도 당시 제빵사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반영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빵을 비롯한 음식을 세속적 욕망을 경계하거나 곧 부패해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덧없음의 상징으로 바라본 전통적인 해석은 그림의 진정한 의미를 읽어내는 데 장애가 된다고 보고 당대 네덜란드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품 해석을 시도한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이 밖에도 로마시대 유리그릇의 확산 배경을 포도주 음용 풍조 속에서 읽어낸 이송란 덕성여대 교수의 논문을 비롯해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이귀영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 조현정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등 7명의 학자가 논문을 발표한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사진파일 첨부-가브리엘 메취의 ‘뿔피리를 부는 제빵사’(1660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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