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히든챔피언의 힘] "주당 16~40시간 근무 스스로 조정…입사 1순위 회사 됐어요"

입력 2013-05-07 17:11
수정 2013-05-08 04:01
임금은 일한 시간만큼만 받아



“오랜 시간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협의회와 대화해 시간과 방식을 조율했습니다. 유동적이고 지속가능한 근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죠. 작업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공작기계 및 레이저가공기계 제조업체인 트룸프의 카뮐러 마티어스 사장(사진)은 독일 내에서도 ‘혁신’으로 꼽히는 근무시간조정 시스템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시스템에 따라 트룸프 직원들은 2년에 한 번씩 일주일 근무시간을 최소 16시간에서 최대 40시간까지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 마티어스 사장은 “막 입사한 신입사원은 40시간을 다 채워 일하려는 의욕이 넘치겠지만 결혼 후 아기가 생겼거나 집안 일이 있을 때는 주 30시간만 일할 수 있다”며 “대신 일한 시간만큼 임금이 줄어드는 부분은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도입된 이 제도 덕분에 임직원들은 일과 병행하는 삶의 패턴에 맞게 장기계획을 짤 수 있게 됐고 일을 하면서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마티어스 사장은 이 제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독일 내에서도 모든 사람이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견습제도를 통한 기술인력들이 회사의 기반”이라며 “인재 채용과 지속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보람을 느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룸프는 1923년 크리스티안 트룸프가 설립했지만 2대부터는 현재 경영진인 라이빙거가(家)에서 맡아왔다. 니콜라 라이빙거 카뮐러 회장과 동생인 피터 라이빙거 부회장, 그리고 마티어스 사장 등 총 6명이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다. 마티어스 사장은 회장의 남편으로, 공작기계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회사 설립자인 트룸프가 동아시아에 관심이 많아 당시 슈투트가르트에서 관련 예술품을 판매하던 라이빙거가와 친분이 있었다”며 “기업을 이어받을 자식이 없어 라이빙거가 아들의 대부가 되면서 현재는 라이빙가 가족이 95%의 지분을 나눠갖고 나머지 5%는 라이빙거재단이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빙거가는 설립자 트룸프와 맺은 인연을 중시하듯 직원들과의 믿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뢰 관계는 1950년대부터 연평균 15%에 육박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해온 트룸프가 2008년 리먼사태 이후 맞은 최대 위기 때도 빛을 발했다. 그로부터 2년간 매출이 반토막났지만 경영진은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마티어스 사장은 “대신 한창 어려울 때 6개월간 직원 월급의 80%만 지급했고 13%는 정부에서 보조해줬다”며 “근로자협의회와 대화하고 정부와 공조해 위기를 넘기고 난 이후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 간 협력이 기업 경쟁력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디칭엔=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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