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주지 선묵혜자 스님 "네팔서 온 '평화의 불' 북녘에도 타오르길…"

입력 2013-05-06 17:29
수정 2013-05-07 00:58
도선사 주지 선묵혜자 스님 "108산사에 등 나눌 것"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종교인이기 이전에 한명의 국민으로서 뭔가 기여할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처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에 있는 ‘평화의 불’을 한반도에 모셔오면 좋겠다 싶었죠. 지금은 하나의 작은 불씨에 불과하지만 전국 도처에, 그리고 언젠가 북녘땅에도 평화를 기원하는 등불로 타오르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서울 삼각산 도선사 주지인 선묵혜자 스님은 6일 이렇게 말했다. 선묵혜자 스님은 룸비니 평화공원에서 채화한 ‘평화의 불’을 지난달 19일 람 바란 야다브 네팔 대통령에게 직접 건네받은 뒤 티베트 라싸~중국 시안 법문사~룽먼석굴을 거쳐 지난 2일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다. ‘평화의 불’은 이날 임진각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기원하는 대법회 이후 도선사 주지실로 옮겨져 유리등 속에 보관돼 있다.

‘평화의 불’은 1986년 11월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당시 네팔의 가넨루러 비터 왕세자가 히말라야 산 기슭에서 3000여년 동안 자연적으로 타고 있던 ‘꺼지지 않는 불’을 채화한 것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져온 불씨를 합쳐 룸비니의 평화공원 제단에 점화한 것. 유엔 회원국과 세계인들에게 자비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룸비니에서 열린 ‘평화의 불’ 채화식에는 네팔 정부 각료를 비롯한 시민 1만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고, 채화한 불을 11시간 동안 수도 카트만두로 옮기는 과정에도 거치는 도시마다 환영 인파가 몰려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어요. 남북한 긴장 완화를 염원하며 꽃을 뿌리고 꽃다발을 걸어주는 정성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네팔 정부와 국민이 이토록 열렬히 선묵혜자 스님 일행을 환영한 것은 선묵혜자 스님이 네팔에 끼친 평화 공덕 때문이다. 스님은 2008년 5월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원들과 함께 네팔을 방문, 인도에서 받은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룸비니에 전해줬고, 이 행사는 2550년 만에 이뤄진 ‘부처님의 귀향(歸鄕)’으로 네팔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격렬하게 대립하던 네팔 정치세력이 한국 순례단의 안전 보장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네팔에서 채화한 불꽃을 자동차 기차 배를 갈아타며 이운해 온 것은 그 옛날 혜초 스님 같은 구법승들의 행로에 평화사상을 수놓고 싶어서였습니다. 평양을 거쳐 판문점을 통해 평화의 불을 들여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최근 남북관계 악화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어요. 북녘땅에도 ‘평화의 불’을 밝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선묵혜자 스님은 음력 4월 초하루 법회가 열리는 오는 10일 주지실의 유리등에 보관 중인 평화의 불씨를 도선사 경내에 마련한 성화대에 밝혀 영구 보존할 예정이다. 스님과 함께 ‘평화의 불’을 옮겨온 108산사 순례단은 매달 한 차례씩 7000여명이 버스를 타고 전국 사찰을 순례하는 불교단체로, 지역 사찰 지원 외에도 농·특산물 직거래, 다문화가정 고향 보내기, 군장병 간식 나눔, 농촌사랑 봉사활동, 장학금 시상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는 23일 80회 순례 때에는 강원 영월 보덕사에서 ‘평화의 불’을 나누는 첫 분등(分燈) 행사를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북녘땅의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신계사를 비롯해 108산사 순례단의 모든 순례길마다 ‘평화의 불’을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함께 모시고 가서 전국 곳곳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평화의 등불을 나눠줄 생각입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개신교, 천주교 등 이웃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평화의 불’을 모시고 전국을 순회한 다음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도 영구히 밝히고 싶습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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