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주가 최고치 행진…경제 회복은 불투명 '디커플링'

입력 2013-05-05 17:33
수정 2013-05-06 02:38
S&P500지수 사상 첫 1600 돌파

중앙은행 금리 내리고 돈 무제한 뿌려
자금 생산현장에 유입 안돼…제조업 지수 부진
기업은 투자 소극적…갈 곳 없는 자금 증시로



미국 양대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3일 S&P500지수는 전날보다 1.1% 상승한 1614.12에 장을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1600선을 돌파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이날 처음으로 장중 한때 15000선을 뚫었다.

유럽 금융시장도 상승세다. 독일 DAX30지수는 3일 사상 최고치인 8122.29를 기록했다. 유럽 종합지수인 Stoxx600은 298.52로 마감하며 2008년 6월3일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FTSE100지수도 2008년 초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아베 정부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힘입어 올 들어 34% 올랐다.

증시만 보면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물 경기는 딴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두 번째 글로벌 금융 위기는 막았지만 유럽은 여전히 멈춰선 데다 중국의 성장은 둔화하고 있고, 미국도 회복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했다.

○PMI·실업률 여전히 먹구름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8개월째 50 이하에 머물고 있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 이하일 땐 경기 위축으로 해석한다. 미국 제조업 공장 주문도 급감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3월 제조업 공장 주문은 4672억8800만달러로 전월보다 4%나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미국 4월 제조업지수는 50.7로 전달의 51.3에서 하락,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지수도 53.1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다. 중국 4월 제조업 PMI 역시 예상치인 51.0을 밑도는 50.6을 기록했다.

유로존 통계청인 유로스탯에 따르면 유로존 공장 가동률은 지난 1분기 76.5%로 그리스 구제금융 이후 시장에 위기감이 팽배했던 2010년 3분기(77.9%)보다도 낮아졌다.

고용지표는 더 심각하다. 3월 유로존 실업률은 12.1%로 유럽연합(EU)이 실업률을 발표한 199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실업률은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FT는 해석했다.

○증시 끌어올린 중앙은행 ‘입’

경제 전망이 어두운데도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Fed와 ECB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 정책을 펴 기업의 대출을 유도하는 등 막대한 유동성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다. Fed는 지난해 9월부터 매달 850억달러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ECB도 마찬가지다. ECB는 지난 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내렸다. 지난해에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며 3년 이내 만기 국채 무제한 매입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재정위기국으로 꼽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각각 위기 이전 수준인 4%, 3% 이하로 떨어지며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탰다.

○돈 풀어도 꿈쩍 않는 기업
Fed와 ECB가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막상 돈은 기업의 투자 자금이 아닌 주식으로만 몰리고 있다. ECB에 따르면 2월 유로존의 M1(협의 통화)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였지만 M3(총 통화량) 증가율은 3.1%에 그쳤다. ECB가 돈을 7% 더 풀어도 실물 경제에는 3.1%만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올해 유럽 기업의 44%는 예상을 밑도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9년 이후 최악의 전망치다.

미국 S&P500 편입 기업의 절반 이상의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0.3% 줄어들었다. FT는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기업과 개인이 돈을 더 많이 빌려가도록 유도했지만 기업들은 ‘방어가 최선’이라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늘려 채권금리가 낮아지자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지금이 주식 매수 적기이니 가능한 한 많이 사들이라”며 “2년 뒤에는 대폭락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증시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주식시장이 실물경기와 따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뉴욕증시의 거품을 경고하고 나섰다.

김보라/남윤선 기자/유창재 특파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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