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진주의료원 폐업은 옳을까요

입력 2013-05-03 15:12
찬 "강성노조 배 불리느니 의료 낙후지역 지원"

반 "공공병원의 기능을 수익성만 따지면 안돼"

지난 2월 윤한홍 경남 행정부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40억~60억원의 손실로 누적 부채가 300억원에 이르고 있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의료원에 도민의 혈세를 계속 투입하거나 3~5년 안에 자본금을 잠식하고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공 의료기관 가운데 춘천과 제주 의료원이 매각된 경우는 있지만 폐업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물론 경남도, 진주의료원 측 노사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자 이 문제는 단순한 지방 의료원 문제를 넘어 국가적 관심사가 됐다. 치열한 찬반 논란 끝에 일단 오는 22일까지 폐업은 유보됐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도청 옥상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 2명이 철탑에서 내려오는 조건으로 한 달간 폐업을 유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진주의료원은 휴업 상태다. 국회는 진주의료원 문제가 국가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정상화 촉구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라며 이곳에 투입할 돈을 서부경남 의료 낙후지역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성혜 경남 복지보건국장은 민간의료기관 급증으로 도립병원의 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은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진주의료원 역시 그렇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성노조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무사안일이 겹치면서 노조원들에게는 신의 직장으로 불릴 지경이어서 이대로 방치하면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노조원들의 인건비로 들어가는 70억원의 손실을 차라리 의료낙후 지역 의료 서비스에 지원하는 것이 더 공공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도민의 귀한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진정한 공공의료를 살리는 길이라는 게 윤 국장의 입장이다.

경남의사회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폐업 위기는 계속적인 적자발생 등 총체적인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며 “진주의료원이 고비용 저효율적인 경영으로 선량한 도민의 혈세를 깎아 먹는 부실 공공의료기관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경남학부모연합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적자 탈출이 당분간 어려운 상황인 점 등 공공성을 점점 상실해가는 진주의료원의 폐쇄 결정을 지지한다”며 “직원에게는 전문성을 살리는 범위 안에서 직장을 알선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대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결과 폐업 반대가 71%를 넘고 있다. 국회가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무시당하고 있다”며 “경남지사의 직권 남용, 나홀로 독주”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공공병원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 적자를 이유로 쉽게 폐쇄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공공병원은 조류독감과 같은 전 지구적 질병 발생 시 민간병원들이 기피하는 환자를 수용하고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설비도 공공 목적으로 갖추고 있는 등 민간병원이 할 수 없는 기능을 담당하는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의료원의 85%가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사립병원의 응급센터 운영 비율 32%를 크게 앞선다는 것이다. 이윤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 병원이며 정부가 투자하지 않으면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것은 진주의료원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과잉진료를 막아 환자들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공공의료원은 존재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경남도소비자단체 협의회는 “의료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공공 보건의료를 후퇴시키는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원 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늦었지만 경남도가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진주의료원 폐원만이 아니라 도민과 구성원의 협의를 통해 공공보건 의료기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의 테이블을 열라”고 촉구했다.

생각하기

공공 의료기관의 공공성은 사실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공공 의료기관을 단순한 수익성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의료기관은 그것이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이익의 개념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외부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자신들의 기득권을 과하게 누리려는 일부 세력들이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행태가 병원의 지속적 운영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해법을 의료원의 전면 폐쇄에서 찾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다. 진주의료원의 지속 경영이 거의 불가능한 정도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꼭 병원 문을 닫는 방식이 최선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의 공공의료 기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진주의료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남도 차원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 공공 의료기관들의 실태를 일제히 점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세계에서 가장 잘 돼 있다고 하지만 의료 사각지대는 있게 마련이고 지방의료원들이나 보건소 등이 그 빈 곳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정부와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경영진단을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소상히 밝히고 이를 지방의료원 개혁의 모델로 삼을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무조건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닌 걸로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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