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악화된 베이비붐 세대 은퇴준비…가족부양 급급, 보험 가입도 줄여

입력 2013-05-02 17:14
수정 2013-05-03 02:36
메트라이프·서울대, 2010년·2012년 비교


720만명에 달하는 한국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 준비가 흔들리고 있다.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은 커지는데 자녀 양육 기간은 길어져 2년 전보다 은퇴 준비가 오히려 퇴보했다. 건강 악화로 의료비까지 늘어 은퇴 준비 자금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특히 노후소득보장체계를 제대로 갖춘 베이비부머는 10%대에 그치고 있다. ‘은퇴 쇼크’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메트라이프생명 노년사회연구소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 베이비부머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갤럽코리아와 공동으로 2010년 조사 대상이었던 베이비붐 세대 4668명 중 3275명을 지난해 추적 조사한 결과다.

○은퇴 준비는 퇴보

최근 2년간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위한 준비는 취약해졌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등 개인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축소해서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2년간 79.3%로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개인연금 가입률은 44.8%에서 38.4%로 줄었다. 보험 가입률도 82.4%에서 77.7%로 내려앉았다. 부동산을 활용해 은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0.6%에서 24.7%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3층 노후소득보장체계를 모두 갖춘 베이비부머 비율은 14.1%에 불과했다. 베이비부머의 41.9%는 은퇴 후 생활비 충당을 위한 저축과 투자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고 여겼다.

게다가 베이비부머 3명 중 1명은 신체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가지 이상 복합질환이 있는 비율은 2년간 7%에서 10%로 증가했다. 또 5명 중 1명은 지난 2년간 우울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끼인 세대’ 부담은 가중

베이비부머의 삶의 질은 전반적으로 나빠졌다. 소득은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0년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에 속했던 베이비부머 가운데 52%가 여전히 1분위에 머물러 있었다. 2분위 가운데서는 34%가, 3분위 가운데서는 33%가 1분위로 추락했다. 2010년 소득 4분위와 5분위에 속해 있던 베이비부머의 상당수도 1분위로 떨어졌다.

2년간 월 가계생활비는 283만8000원에서 283만7000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자녀 양육·교육비(117만6000원)와 보건의료비(11만6000원)는 2010년에 비해 각각 27.2%, 11.59% 증가했다.

한경혜 서울대 교수는 “급증한 자녀 양육·교육비 지출을 여가비 등을 줄여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녀 관련 비용 지출은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데 가장 큰 방해 요인”이라고 말했다.

성인 자녀가 있는 베이비부머의 약 80%가 자녀와 같이 살았다. 동거하는 성인 자녀는 평균 20대 중반으로, 취업한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초혼 연령이 높아진 데다 청년실업 등의 문제로 성인 자녀 지원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비부머의 70.8%는 부모 세대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부모 세대가 생존해 있는 베이비부머의 68%가 노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들 중 43.6%는 지난 2년간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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