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구조조정 '실타래' 풀리나…日오릭스서 STX에너지 되찾아 판다

입력 2013-05-01 17:12
수정 2013-05-02 02:18
강덕수 회장, 콜옵션 행사
4000억원 이상 확보 추진


STX그룹이 자금 확보 과정에서 일본 오릭스에 넘겨준 STX에너지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아오기로 했다. 오릭스가 STX에서 STX에너지를 계열분리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노골적으로 경영권 확보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TX는 최대주주로 복귀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4000억원 이상을 확보해 자구 노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STX에 따르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최근 오릭스에 STX에너지 81만8182주(6.9%)를 사겠다는 ‘주식매수권(콜옵션)’ 행사 계획을 통보했다. 오릭스가 지난달 23일 교환사채(EB)를 통해 (주)STX에서 매입했던 지분을 그대로 다시 사오겠다는 것이다.

STX는 STX에너지가 지난해 말 오릭스에서 3600억원을 유치할 때 ‘오릭스가 EB를 행사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STX에너지 대표이사가 주식을 다시 사올 수 있다’는 콜옵션 조항을 만들었다. STX에너지의 현 대표이사는 강 회장이다. 강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주)STX가 보유한 43.15%에 강 회장 지분 6.9%를 합해 STX 측이 최대주주가 된다. 오릭스의 지분율은 43.1%로 원상 복귀된다.

그러나 STX 측이 최대주주를 유지하려면 오릭스의 추가 지분 매입을 막아야 한다. 오릭스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STX에너지의 자회사 STX솔라를 STX가 장부가(702억원)로 매입해 주지 않거나 STX건설의 기업어음(CP), 해외 자원 개발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STX에너지 지분을 최대 90%까지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STX솔라 매입 등의 계약 조항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을 협의하고 있다”며 “조항 자체가 너무 불평등해 무효 소송을 내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STX는 STX에너지의 최대주주 지위가 확고해지면 곧바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STX가 가진 지분을 팔면서 강 회장 보유 지분 (6.9%)의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콜옵션을 통해 취득한 지분은 오릭스의 허락을 받고 매각하도록 계약돼 있어 강 회장 지분을 제3자에 팔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STX팬오션 매각과 맞먹는 자금 확보 효과가 기대된다. STX 관계자는 “오릭스에 헐값으로 넘긴 지분 절반의 가치가 36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소 4000억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STX에너지 매각이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자율협약 △STX팬오션 매각 △STX다롄조선소 투자 유치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STX 구조조정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TX가 자금난으로 정신이 없을 때 맺은 사실상의 불공정 계약으로 기간산업인 발전·에너지 업체가 일본 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수정/서욱진/안대규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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