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등 외국사 제치고 해외 수주 첫 성공
중동·남미 공략 박차…국내 시장 70% 점유
충북 진천군에 있는 중소기업 에스폴리텍(사장 이혁렬·55·사진). 산업용 플라스틱(EP)을 만드는 이 회사 사장 집무실에 들어서자 달력 속 ‘10’이라는 숫자 위에 큼지막한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이혁렬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길을 처음 열고 선적을 완료한 기념일”이라며 “GE플라스틱 등 굴지의 외국 대기업을 제치고 수주해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사우디에 첫 국산 지붕재
EP는 플라스틱 원재료인 레진에 특수처리해 범용 플라스틱보다 강도와 탄성, 전기절연성을 높인 신소재다. 방음벽, 건축자재(지붕재), 가정용품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쓰인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폴리텍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제품은 7겹으로 쌓아 만든 복합판 지붕재다. 2014년 1월 완공 예정으로 건설 중인 현지 대표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잇는 고속철도의 역사 지붕재로 쓰인다. 이 사장은 “1차로 1호선 공사 물량을 따냈기 때문에 추후 2~5호선도 수주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중동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기 위해 현지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사장은 샐러리맨이었다. 충북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플라스틱 가공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0여년을 근무하며 EP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눈을 뜨고, 1997년 에스폴리텍을 인수했다.
그는 이후 EP 국산화에 집중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EP 시장은 GE와 바이엘 같은 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 사장은 수요가 많은 EP 위주로 품목을 확대해 나갔다. 일괄 공정 확보에도 힘썼다. 그는 “원재료 조합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소화해 개발 시간과 고객대응력이 빠를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에스폴리텍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해외만 남았다”
에스폴리텍이 국산화를 시작한 지 10년여 만인 2008년. 경쟁업체 GE플라스틱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거래를 요청해 온 것. 매출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 사장은 “OEM을 시작했으면 국내시장 점유율을 70%(작년 기준)까지 끌어올리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폴리텍은 꾸준한 국산화를 통해 GE플라스틱과 바이엘 등 경쟁사를 국내시장에서 철수시켰다.
에스폴리텍은 해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중국, 인도 등 기존 24개 수출국에서는 지배력을 확대하고 유럽과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규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사장은 “해외 무대에서도 작지만 강한 한국 강소기업의 매운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폴리텍의 지난해 매출은 1305억원. 올해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진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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