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준조세 너무 많아…해외서 뛸 수 있게 해야
포스코 사외이사 맡아 모범경영에 힘 보탤 것
“소니에 있을 때 보니 한국 법인의 일반관리비는 전 세계 법인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음으로 양으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준조세’가 너무 많아요. 심지어 친구들이랑 밥을 먹어도 기업에 있는 사람이 계산해야 하는 사회적 풍토는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우 한양대 교수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년연장 등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법안이 많이 나오고 있어 걱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에서 24년간 해외 마케팅 전문가로 일한 이 교수는 2005년 소니코리아 회장, 2006년 한국코카콜라보틀링 회장, 2007년 레인콤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10년 한양대 교수가 되면서 경영인 생활을 접었던 그는 지난 3월 포스코 사외이사가 됐다. 지난 2월 경영수필집 ‘적의 칼로 싸워라’를 내는 등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기업에 부담 지우지 말아야”
이 교수는 “분배나 복지 등 사회적 정의도 중요하지만 기업 부담은 해외 기업들과 경쟁하는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50점짜리 기업 10개보다 90점짜리 기업 한 개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는 경영혁신을 장려하고, 혁신에 대해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최고가 되려는 기업들의 기를 꺾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또 오너경영 자체를 죄악시하는 풍토도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빠른 의사 결정과 책임 경영은 물론이고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성장을 위한 경영은 오너 체제 아래에서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엔저 큰 위협 안 될 것”
이 교수는 엔저 현상에 대해 “기술력이나 제품 수준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에 크게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엔화 가치가 너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은 부담이지만 과거 이보다 더 나쁜 환율 조건도 이겨낸 게 한국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너무 휴대폰에 의존하고 있지 않으냐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삼성의 경영진이 인지하고 있는 위험 요인은 이미 ‘리스크’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비중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충분히 찾아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무섭게 몰입하는 삼성의 기업 문화가 보수적인 소니를 꺾은 원동력이었죠.”
○“포스코에 공기업 문화 없어”
지난 주말 인천 송도 포스코 글로벌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이사회 워크숍을 다녀온 그는 포스코의 실제 모습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워크숍에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포함한 11명의 사내외 이사가 모두 참석했다.
“정 회장은 엔지니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실제 만나 보니 경영학은 물론 인문학적 지식이 무척 풍부했습니다. 워크숍은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지해 느슨한 공기업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죠.”
이 교수는 “아무런 연줄도 없는 나를 사외이사로 뽑는 것을 보고 포스코의 이사선임 과정이 정말 투명하다고 느꼈다”며 “국민기업 포스코가 모범 경영을 할 수 있게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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