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외환은행 주식교환 담당 이승환 광장 변호사
"새벽 5시 퇴근-오전 9시 출근의 반복이지만 이 길이 내 길"
이 기사는 04월30일(10:0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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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동안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5시 퇴근 때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에 끼니를 놓치기도 일쑤, 100건 이상의 법적 쟁점을 다뤄 1000페이지 이상의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 격무를 견뎌야 하는 삶이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명예직으로 대접하는 판·검사보다 가치있는 것일까.
이승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포괄적 주식교환 작업을 막 마무리한 그의 얼굴에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최초로 특례규정이 적용된 대규모 주식교환 사례를 다루느라 들러붙은 피로가 여전했다. 그래도 30일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최소한 자신에게는 이 길이 판·검사보다 가치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승환 변호사는 2007년 사법연수원(36기)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사법고시와 연수원 성적이 모든 걸 결정하는 법조계에서 '사법연수원 수석'의 월계관을 쓴 인물은 판사, 검사,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내린 결정"
그는 변호사 중에서도 가장 노동강도가 세다는 기업 인수·합병(M&A) 변호사를 택했다. 고교땐 수학을 좋아해서 이공계를 지망하고 싶었고, 대학 전공 만큼은 사회과학을 하고 싶었지만 주변의 기대와 시선 때문에 법대를 가야했던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롯이 혼자 내린 결정이었다.
전북 익산 출신인 그도 사법연수원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판사가 될 것이란 생각에 추호도 의심이 없었다. 판사 이외의 길을 생각하게 된 건 군법무관 생활을 하면서였다.
"앞으로 30년 이상 법조인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젊은 나이에 안주해서 편하게 살기보다 격렬하게 일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로펌에 근무하는 선배 몇 분을 만나면서 로펌이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곳이란 확신을 갖게 됐죠."
M&A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번다. 국내 대형 로펌의 경우 초봉이 1억5000만~2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약 4년간 일한 후 해외연수를 다녀오면 연봉이 두 배로 뛴다. 이 변호사도 후한 처우 또한 로펌행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로펌의 최대 인센티브는 연봉보다 젊은 변호사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자질을 발견하고 이끌어내주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로펌을 제쳐두고 광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제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란 의례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실은 훨씬 더 단순하다. 군법무관 생활 당시 그에게 로펌행의 확신을 심어준 선배 변호사가 광장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이 변호사의 집에까지 찾아와 스카우트 작업을 벌였지만 그는 선배 변호사를 좇았다.
○삼성 디스플레이 3사 합병 등 굵직한 딜 다뤄
2010년 입사한 3년차 변호사지만 딜 커리어는 의외로 화려하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주식교환은 가장 기억에 남는 거래로 꼽는다.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사례인데다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노조 등 이해관계인들의 대립이 워낙 첨예해 작두를 걷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00건 이상의 법적 쟁점을 1000페이지 이상의 의견서로 소화해야 했다. 평소 법무법인이 잘 다루지 않던 증권회사의 담당 영역까지 맡아서 해야 했던,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고민했던 거래다.
개정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에 따라 비상장회사의 합병가치를 평가한 최초 사례인 CJ대한통운과 CJ GLS 간 합병은 자문가간 팀웍이 가장 좋았던 유쾌한 딜로 기억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의 디스플레이 3사 합병과 2011년 14개 부실저축은행 정리작업, 신세계의 이마트 및 SK텔레콤의 SK플래닛 등 각종 회사분할 작업에도 관여했다.
음주량이 많기로 유명한 법조계에서도 '율사계 최고의 주당'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김상곤 광장 변호사가 직접 후계자로 지목할 정도로 업무 외적인 분야에서도 수석을 노리는 이승환 변호사에게 광장이 거는 기대도 각별하다.
이규화 광장 대표 변호사는 "능력과 인성 등 모든 면에서 M&A 법률 자문업계를 이끌어갈 재목"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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