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이라면 어디가 먼저 떠오를까. 잉카 유적지로 유명한 마추픽추나 쿠스코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여행에 좀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티티카카호나 땅 위의 거대한 그림으로 불리는 나스카 지상도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페루가 브라질과 더불어 아마존 열대우림의 보고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페루는 사막이 있는 해안지역, 안데스 고원지대, 아마존 등 3개의 큰 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아마존이 국토의 59%로 가장 넓다. 페루 인구의 대부분이 해안이나 고원에 산다. 아마존 지역 에는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다.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눈으로만 보는 게 아쉬웠다면 멀고도 험한 곳으로만 알려진 아마존, 그곳으로 모험을 떠나보자.
페루의 수도 리마까지 가는 길은 멀다. 비행기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30시간은 족히 걸린다. 아마존 탐험에 앞서 리마에서 잠시 비행기 여독을 풀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휴식을 마친 후 북적거리는 대도시의 여운을 남긴 채 아마존행 비행기에 오른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아마존
리마에서 비행기로 2시간30분이면 푸에르토말도나도에 도착한다. 페루 마드레데디오스주의 주도인 푸에르토말도나도는 페루 남쪽 열대우림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다. 잉카유적 여행의 중심지인 쿠스코에서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다. 브라질과 볼리비아의 국경 가까이에 있는 이곳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중 하나다.
비행기로 푸에르토말도나도 공항에 내리자 갑자기 비가 내린다. 비는 이내 폭풍우로 변하더니 거친 바람이 불며 하늘이 뚫린 것처럼 물을 쏟아붓는다. 잠시 후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햇살이 비친다. 낯선 외부인에 대한 대자연의 신고식인가. 아마존에 대한 첫인상은 무척 강렬했다.
열대 아마존의 우기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우기가 끝날 무렵인 4월에 이곳에 왔지만 여전히 비를 두려워해야 한다. 비가 많이 오면 흙길이 진흙탕으로 변해 도보로 여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푸에르토말도나도 앞을 지나는 강은 아마존강의 지류로 마드레데디오스강이라고 부른다. 안데스산맥에서 흘러내린 물은 아마존강 상류인 이곳을 지나 남미 대륙을 관통해 대서양으로 빠져나간다. 아마존강 상류지만 마치 한강 하류인 것처럼 폭이 넓다. 그럼 하류는 과연 얼마나 넓을까.
○세상과 연결을 끊다
푸에르토말도나도에서 배를 타고 45분쯤 지나니 숙소에 도착한다. 배는 모터가 달린 통나무 카누. 이곳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아마존강은 잔잔해서 배가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승객 중에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숙소는 로지(lodge)라 불리는 숲속의 오두막이다. 마사지, 스파, 개인 투어를 제공하는 럭셔리 호텔급부터 저렴한 진짜 통나무집까지 30여곳의 다양한 로지가 강을 따라 곳곳에 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이웃들이 반긴다. 30㎝ 정도 길이의 도마뱀이 앞을 지나간다. 토끼와 비슷하게 생긴 아구티들이 오두막 옆에 진을 치고 있다. 앵무새의 일종인 마카우는 나무에 앉아 소리를 낸다. 이곳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이 녀석들인 것 같다.
숙소에서는 전화도 인터넷도 안 된다. 휴대폰 신호도 안 잡힌다. 심지어 전기도 오전 4시부터 오후 3
30분까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만 들어온다. TV도 신문도 없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무전기로만 푸에르토말도나도와 연락이 된다.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곳이다. 약간 마음이 불안하지만 이내 평온해진다.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아마존의 속살을 걷다
본격 열대우림 탐사에 나설 땐 준비할 것이 많다. 모기 쫓는 약을 몸에 바르고 긴소매 옷과 긴 바지를 입는다. 비가 자주 와서 땅이 진흙으로 돼 있기 때문에 장화는 필수다. 장화는 숙소에서 빌려준다. 아마존 열대우림 탐사는 가이드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전문가 없이 초보자들끼리 밀림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하시엔다콘셉시온이라 불리는 식물 군락지로 간다. 숙소에서 배를 타고 35분쯤 달리니 조그만 선착장이 나온다. 숲속을 따라 길을 걷는다. 나무와 풀들은 모두 키높이를 훌쩍 넘는다. 가이드 아나벨은 주변의 나무나 풀에 손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거나 독성 식물이 있기 때문이라나. 이 식물 군락지엔 200여종의 다양한 열대우림 식물이 있다. 아나벨은 원주민들이 약으로 이용하는 식물들을 보여준다.
숲속을 잠시 걸으니 늪 같은 조그만 호수가 나온다. 카누를 타고 호수 주변의 동물들을 살핀다. 거북이 수달 쏙독새 왜가리 등 한국의 자연에서 보기 힘든 동물들이 나와 있다. 거대한 뱀 아나콘다는 어디에 있느냐고 아나벨에게 묻자 웃는다. 아무리 아마존이라고 해도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고 한다.
오후에는 좀 더 긴 코스로 들어갔다. 좁은 숲속길을 따라 1시간30분 정도 걸었다. 장화를 신은 데다 긴장한 채 걸으니 평소보다 더 힘든 느낌이다. 깊은 숲속에 들어가니 사람 팔 둘레보다 몇 배 이상 굵고 큰 나무들이 나온다. 그 옆에는 ‘걸어다니는 나무’도 있다. 뿌리가 성장과 죽음을 거듭하며 나무가 자리를 옮겨다녀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엔 카누를 탄다. 가미타나라는 냇강을 따라 내려온다. 냇강 하구에서 마드레데디오스강에 합류한다. 아마존 밀림 너머 해가 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밤에도 자연탐사는 계속된다. 낮에 나오지 않는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천천히 내려간다. 강가를 손전등으로 비추니 낮에는 잘 안 보이던 악어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와 있다.
C2면에 계속
탐보파타(페루)=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 여행팁
페루의 국토는 남한의 13배나 될 정도로 크다. 따라서 지역마다 해발고도가 다르고 다양한 기후가 나타난다. 아마존 정글 지역은 항상 덥고 습하다.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우기, 6~9월은 건기다. 평균 기온은 32도, 최저 25도부터 최고 42도까지 올라가 일교차가 크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가장 더운 시기다. 건기에는 1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 두터운 옷도 준비해야 한다.
열대우림에는 레스토랑이 따로 없고 숙소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아마존 지역의 향토적인 특징을 살린 음식이 많지만 대부분 관광객에게 맞춘 것들이어서 거부감을 주는 것은 없다. 소고기, 돼지고기, 감자요리 등이 주메뉴이며 여러 가지 열대과일을 즐길 수 있다.
술은 페루 전통주인 피스코에 달걀흰자 거품과 레몬이나 라임을 섞은 ‘피스코샤워’라는 칵테일이 유명하다. 어느 식당에나 메뉴에 있으며 식사와 함께 곁들이면 좋다. 음료는 페루의 독특한 콜라인 잉카콜라를 마셔보자.
페루의 공식화폐는 솔(sol)이다. 1솔은 440원 정도. 미국 관광객이 많이 와 달러를 받는 상점도 많다. 한국보다 물가가 조금 싼 편이다. 스페인어를 주로 쓰며 영어도 잘 통한다.
운항 거리상 직항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미주 항공사들이 미국~리마 구간을 취항한다. 아메리칸항공이 인천~댈러스~리마 구간을 5월10일부터 매일 운항한다. 라탐항공은 인천에서 미국을 경유해 리마로 매일 취항한다.
한진관광은 페루 일주 10일 상품을, 롯데관광은 남미 하이라이트 15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페루관광청 한국대표홍보사무소 070-4323-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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