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나치게 옥죄는 정치권의 '도 넘은 입법'에 단호히 대응"

입력 2013-04-26 17:17
수정 2013-04-27 02:51
경제5단체, 경제민주화 과잉 입법 반대

국회 날림으로 법 제정…기업존립 없어질 판
정년 60세 의무화·통상임금 기준 등 20개 법안
다음주부터 국회 입법 과정에 공동대응키로




“웃지 맙시다. 오늘은 웃으면 안 되는 날입니다.”

26일 오전 7시40분,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 부회장단 긴급 회동. 카메라기자들 앞에 선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다른 경제단체 부회장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평소 같으면 웃는 모습을 보일 법한데 이날은 달랐다. 다들 굳은 표정이었다.

경제계가 ‘뿔’이 났다. 경제민주화에 편승한 정치권의 ‘무차별 입법’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경제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을 겨냥한 경제·노동 관련 규제를 잇달아 내놓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치권, 해도 너무한다”

이날 긴급 회동에서 경제5단체 부회장들은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을 ‘과잉 입법’으로 규정했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도 국회 입법 내용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엔저, 북한 리스크 등 가뜩이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데 국회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리고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법안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한 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서 부회장들은 “이대로 가다간 기업의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회가 날림으로 법을 만들고 있다” “어제 법안을 발의하고 오늘 통과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 등 날 선 비판도 있었다.

기업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정작 이해당사자인 기업 의견은 전혀 듣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 법안 공청회를 지난달 11일 교수 두 명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기중앙회 관계자 등 네 명만 참석한 가운데 연 뒤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별 기업 의견을 듣는 절차는 없었다. 다른 법안 처리 과정도 마찬가지라는 게 경제계의 판단이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경제계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고용 투자 등 많은 부분에서 협조했고 숨죽여왔다”며 “그런데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가 지적한 과잉 입법안들

경제계는 이에 따라 다음주부터 국회 입법 과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1단계로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민주통합당)을 방문해 경제계 의견을 전달하고 대국민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공동 대응할 법안 20개도 확정했다. 최종 발효될 경우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다.

60세 정년 연장을 의무화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대표적이다. 경제5단체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일 방안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정치권이 무작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는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손놓고 있는 통에 기업들이 매년 8조9000억원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할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유해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겠다는 법안도 문제로 꼽았다. 형법에 이미 처벌 조항이 있는데 마치 벌을 주듯 기업을 때리려는 법안이란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아직 환경노동위원회 등 상임위에 계류돼 있지만 언제든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 법안’도 열거했다. △기업이 경영상 이유로 해고하는 것을 사실상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대기업이 매년 총 근로자 수의 3~5%에 해당하는 청년층을 고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등이 그것이다.

이태명/최진석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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