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를 월드 스타로 부상시킨 요인은 개성과 열정이다. 잘나가는 연예인의 전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외모와 스타일이지만 싸이는 자기 고유의 장점을 부각시켜 글로벌 스타가 됐다. 21세기엔 개성이 바로 실력임을 입증한 것이다. 그는 성적으로 줄을 세우면 한 줄이 되지만 재능으로 줄을 세우면 수많은 줄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열정은 그가 보여준 또 하나의 성공 키워드다. 군대 두 번 가기 등 인생에 곡절이 많았지만 그는 그런 아픔을 열정으로 극복했다. 싸이의 성공은 승화된 아픔은 도전의 의지가 되고, 경쟁력이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라
코믹한 율동, 노랫말의 해학성, 중독성 강한 전자음, 묘한 박자감, 유튜브로 대변되는 국경 없는 매체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의 대박 비결이다. 신나고, 재미있고, 엉뚱하고, 반전적인 싸이 스타일의 음악적 유머가 전 세계를 매료시킨다. 암울한 뉴스만 들려오는 답답함의 시대에 유쾌하게 망가지는 강남스타일, 해학적이면서 엉뚱함으로 B급문화 메시지로 즐거움을 주는 젠틀맨은 유튜브라는 시대적 흐름에 웃음이라는 코드를 접목시켰다. 그의 음악은 지구촌에 드리운 우울을 잠시라도 떨쳐내는 시원한 청량제다. 예쁘고, 멋있고, 정형화된 콘셉트로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K팝에 또 하나의 장르도 열어줬다.
싸이 열풍의 근간은 해학성이다. 노랫말도, 춤도, 싸이의 얼굴 표정도 기존의 ‘음악적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 반복적인 전자리듬은 대중을 중독시킨다. 다양한 패러디가 등장하면서 그 중독성은 더 강해지고, 싸이 열풍은 더 거세진다. 유튜브는 싸이 열풍의 주역이다. 유튜브 덕에 ‘싸이 바람’은 삽시간에 ‘싸이 태풍’으로 변했다. 미국 CNN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서 극찬받는 색다른 코믹 동영상’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지구촌은 싸이의 음악이 아니라 이미지에 열광한다. 하지만 음악이냐 이미지냐가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대중이 즐거워하고 만족하면 가수는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다.
#개성으로 승부하라
싸이의 외모는 연예인으로는 콤플렉스급이다. 인형 같은 외모, 조각 같은 근육의 아이돌그룹에 비하면 속된 말로 ‘쨉’이 안 된다. 그런 싸이가 강남스타일, 젠틀맨으로 연이어 대박을 터트린 것은 자신만의 고유 스타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디오 음악시대의 흐름을 읽고,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을 음악에 입혔다. 강남스타일, 젠틀맨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B급 문화의 성공이라는 평이 나오지만 그것은 원래 싸이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다. 싸이를 좋아하는 팬들은 그의 매력은 B급문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너만을 바라보던 날 차버렸어. 나 완전히 새됐어’라는 ‘새’의 가사가 말해주듯 그는 자신이 스스로 망가진 존재, ‘B급 딴따라’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싸이는 신곡 젠틀맨에서도 제목과는 정반대의 ‘제멋대로’ 행동하는 젠틀맨(?)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색깔인 B급 문화 코드를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영일 대중문화평론가는 “싸이 자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A급 스타로 등극했지만 국제적인 신사가 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 역시 세상이 말하는 ‘성적’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로 승부를 건 전형이다. 원래 싸이의 음악적 스타일은 무대에서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싸이가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서 그의 개성이 무뎌지고 평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몰라도 싸이는 강남스타일에 ‘싸이스타일’을 고스란히 입혔고, 공전의 히트를 쳤다. 싸이의 성공 키워드는 ‘통념을 벗어난 콘텐츠’이고, ‘자신의 스타일 개발’은 그가 던지는 메시지다. 그의 독백처럼 이 시대엔 개성 있는 자가 성공한다는 것을 ‘좀 아는 놈’이다.
#열정을 식히지 마라
개성도 열정이 있어야 빛이 나고, 아픔도 승화시키면 경쟁력이 되는 법이다. 시련으로 열정이 꺼진다면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열정과 노력이다.
“지치면 지는 것이고, 미치면 이기는 것이다” “웃긴 애라는 평가보다 치열하게 음악하는 가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말은 강남스타일이 우연의 소산이 아님을 방증한다. 공연 중 종아리에 뭉친 검은 피를 뽑아내는 모습은 그의 삶이 우스꽝스러운 표정만큼 헐헐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련은 원하든, 원치 않든 인생의 동반자다. 시련으로 좌절하느냐, 이를 딛고 더 강해지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누군가는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고 했지만 시련도, 좌절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시련을 이겨낸 사람의 스토리가 풍부해지고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싸이의 구수한 입담은 순탄치 않은 인생의 굴곡에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 자신만의 스타일로 남보다 앞서가는 배짱, 인생의 시련에도 식지 않는 열정은 싸이가 주는 교훈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21세기에 개성이 중요해지는 이유를 토론해보자. 독특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국내외 인물들을 알아보고 성공요인을 논의해보자.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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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싸이… 빌보드 뮤직 6개부문 후보에
싸이가 ‘빌보드 뮤직 어워드 2013’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닷컴이 23일 공개한 부문별 최종 후보 목록에서 싸이는 ‘톱 뉴 아티스트’ ‘톱 스트리밍 아티스트’ ‘톱 랩 아티스트’ ‘톱 스트리밍 송(비디오)’ ‘톱 랩 송’ ‘톱 댄스 송’ 등 6개 부문에서 칼리 래 잽슨, 원 디렉션, 핏불 등 톱 뮤지션들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특히 유튜브 조회수 15억건을 돌파하며 전 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톱 스트리밍 송(비디오)’ ‘톱 랩 송’ ‘톱 댄스 송’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빌보드는 지난 1년의 앨범과 디지털 싱글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공연 투어,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 등 SNS와 스트리밍 영향력 등을 종합해 후보를 선정했다.
한편 싸이의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하루 최다 조회수 신기록을 세웠다. 유튜브는 23일 ‘젠틀맨’이 지난 14일 하루 기준 조회수 3840만건을 넘어서며 전 세계 유튜브 콘텐츠 중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기록은 아프리카의 소년병과 성매매 추방을 목적으로 만든 영상 ‘코니(KONY) 2012’로 하루 조회수 3000만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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