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식재산 나눔과 특허 강국의 길

입력 2013-04-25 17:38
수정 2013-04-25 22:51
한국은 특허출원 세계 5위 강국…'적정기술' 보급 통해 개도국 지원
신뢰받는 지재권 모범국가 될 것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상상력과 창의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창의력이 경제적인 이익과 직결되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창출뿐만 아니라 이를 보호하는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의 확보가 중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지식재산권이 돼 법적 보호를 받아야 사업화, 기술이전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지식재산권이 가치창출과 경쟁력의 핵심이 된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특허협력조약(PCT) 국제특허출원 통계에도 나타난다. 국제특허출원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2011년 대비 약 6.6% 증가한 19만4000여건이 출원됐다.

통계의 또 다른 측면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국제특허출원의 양극화 현상이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 한국 등 PCT 국제특허출원 상위 5개 국가가 전체의 69.4%, 상위 10개 국가는 86.8%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출원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는 현상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식재산권의 집중이 심화돼 일부 국가가 그 이익을 독점할 경우, 지식재산권제도 전반에 대한 개도국들의 거부감이 커져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은 의약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거나 비싸다는 이유로 외국기업의 특허권을 제한해 자국기업이 생산하도록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 간 특허제도의 차이를 좁혀 특허를 쉽게 받도록 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식재산권제도에 대한 개도국들의 반감이 확산되면 우리의 기술과 상품도 세계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워진다. 지식재산권은 국가별로 등록해야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각 국가의 지식재산권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개도국에도 지식재산권과 타인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이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니며 개도국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배경으로 특허청은 특허정보를 활용한 적정기술개발사업을 통해 특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수하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상대적으로 간단한 기술로 싼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기술을 말한다.

특허청은 2억2000만건에 달하는 국내외 특허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특허정보는 기술의 보고로 에너지, 식수, 주거문제 등 개도국 주민들의 생활에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개도국에 출원되지 않았거나 존속기간이 만료된 특허들은 적정기술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허청은 2010년부터 특허정보를 활용한 적정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작년에는 과테말라 주민들이 싼값에 사용할 수 있는 조리용 난로를 비롯해 네팔의 대나무집에 단열효과를 높이는 기술을 보급하기도 했다.

한국형 지식재산 공적개발원조 모델을 구축해 국제기구를 통해 확산시키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2010년에는 WIPO에, 올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적정기술 사업을 제안해 추진하고 있다. 지식재산 나눔을 확산시키기 위해 WIPO와 공동으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다각적인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우수한 특허심사인력, 2억2000만건의 지식정보, 최빈국에서 세계 5위의 특허출원 대국으로 성장한 발전경험 등 우리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가진 자산을 나눔으로써 어느 나라나 지식재산제도가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가 인정하는 신뢰받는 지식재산 모범국가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지식재산분야 경쟁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식재산 나눔 운동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지식재산 격차를 해소하고 지구촌 행복시대를 이루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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