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0.9% 성장] "추석이후 제대로 장사해본 적 없어"…체감경기는 '마이너스'

입력 2013-04-25 17:17
수정 2013-04-26 02:33
내수경기 한파 지속
대형마트 1분기 매출 8.4%↓
1인당 구매액 4% 줄어
전통시장 상황은 더 심각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비까지 내리니 오늘 장사도 다했네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13년째 안경 가게를 하고 있는 황보상호 씨. 25일 오전 가게 문 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황보씨는 “작년 추석 이후로는 뭘 제대로 팔아 본 기억이 없다”며 “계절적으로는 시장이 붐빌 때가 됐는데 올해는 영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뿐 아니라 대형마트 매출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의 봄 정기세일을 찾는 손님도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9% 증가, 2011년 1분기(1.3%)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남의 나라 말’일 뿐이다.

○“쇼핑카트 반도 안 채운다”

대형마트 매출을 보면 소비 침체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4% 줄었다. 이런 추세는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이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했다. 홈플러스(-6.6%)와 롯데마트(-7.5%)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월 2회 대형마트가 문을 닫도록 한 의무휴업의 영향도 있지만 소비 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먹을 것마저 덜 먹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롯데마트의 과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2% 줄었다. 육류와 생선 매출도 각각 11.4%와 8.5% 감소했다.

1인당 구매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이마트의 이달 고객 1인당 구매금액은 4만3173원으로 지난해 4월 4만4973원보다 4.0% 감소했다.

강형중 롯데마트 잠실점장은 “예전에는 180ℓ들이 카트에 물건을 가득 담아 가는 고객이 많았는데 요즘은 절반도 안 채우고 가는 사람이 많다”며 “꼭 필요한 곳 외에는 돈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박태신 중곡제일시장 상인협동조합 이사장은 “작년만 해도 시장 내 140개 점포 중 40~50개는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30개 정도만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하고 나머지는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한 상인은 “예전엔 일본인 관광객이라도 많이 와서 괜찮았지만 그마저도 작년 하반기부터는 뚝 끊겼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장사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성복·화장품 판매도 감소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은 소비층이 이용하는 백화점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이월상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행사장만 붐빌 뿐 일반 매장은 한산했다. 주요 백화점 매출은 지난 3월에 전년 동기보다 8~9% 증가,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봄 정기세일을 시작한 이달 초에도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안팎 늘었다. 하지만 세일 후반으로 갈수록 증가폭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품목별로는 아웃도어와 가전제품 등이 큰 폭으로 늘어 평균을 끌어올렸을 뿐 남성복, 여성복, 잡화 등 대부분 품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가전 판매가 20.4%, 아웃도어 판매가 18.4% 각각 늘었지만 여성복 판매는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불황에 강하다’는 속설이 있는 화장품 매출은 2.5% 감소했다. 신세계는 이달 들어 여성복(-2.7%)과 화장품(-4.3%)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줄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계절이 바뀌면서 새 옷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3월과 4월 초에 집중돼 매출이 일시적으로 대폭 늘었다”며 “소비자들이 한 번 큰 돈을 쓰고 난 다음에는 다시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백화점에 입점한 유명 브랜드 의류가 한때 홈쇼핑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저가 브랜드 의류가 주로 팔린다”고 말했다.

유승호/강진규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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