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시대…'부정의 힘' 을 활용해라

입력 2013-04-25 15:30
SERI.org - 김기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ith1210.kim@samsung.com>

칭찬도 과도하면 毒
"스마트폰 개발해야 산다"…직언 무시한 노키아 경영 악화…최악의 시나리오 고려해 현실 극복


오늘날 사회는 긍정만을 강조한다. 긍정의 가치를 담은 책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방송인 노홍철은 ‘노긍정’이란 애칭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었다. 긍정적인 태도는 분명 성과 제고에 효과가 있지만, 무조건적 낙관은 위험하다. 긍정의 힘만 믿으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보면서 문제의 본질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예가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돔(Millennium Dome) 프로젝트 실패다. 프로젝트를 추진할 당시 정부는 ‘연간 1200만명의 방문객 유치 가능’이란 장밋빛 전망만 믿고 다른 위험요인들을 간과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관람객 유치에 실패해 개관 1년 만에 폐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정의 숨은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부정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내재된 장점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조직에서 부정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 부정적 피드백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칭찬이 과도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계속 칭찬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도전적 과업을 포기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학교 내 환경보호 활동이 끝난 뒤 참가료 일부를 기부하도록 했더니 초보자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 숙련자들은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 기부금액이 컸다. 결국 초보자는 긍정적 피드백에, 숙련자는 부정적 피드백에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둘째, 직원들의 비판적 직언을 존중해야 한다. 직언을 막으면 조직이 실패할 수 있다. 노키아 경영진은 “아이폰에 버금가는 스마트폰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개발진의 건의를 무시해 급격한 경영 악화를 경험했다. 반대로 직언을 받아들여 실패를 피한 사례도 있다. 미국 투자회사 뱅가드는 미국 경제위기 전, 당시 대세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에 대해 투자를 피하라는 어느 애널리스트의 반대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상품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붕괴시킨 주범이 됐다.

셋째, 조직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뜻이다. 1991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악몽 메모’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이 메모엔 경쟁사, 소송문제, 고객 불만 등 앞으로 회사에 닥칠 위협요소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빌 게이츠는 악몽 메모 작성을 통해 두려움을 실천력으로 바꿀 수 있었고, 이는 MS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중요한 것은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말이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가 된 미군 스톡데일 장군이 주는 교훈이다. 그는 곧 풀려날 것이라고 무조건적인 낙관만 하던 포로들은 가장 먼저 사망한 반면, 포로생활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면서도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대비하던 포로들은 석방 때까지 살아남았다고 증언했다. 짐 콜린스는 “결국에는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의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라”고 말했다. 긍정에도 힘이 있지만, 부정에도 중요한 힘이 있다.

김기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ith1210.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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